성로원의 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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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로원의 개에게!

성산홍보실 0 4648
달래야! 오늘 너는 또 피투성이가 되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구나. 너를 성로원에서 8년 동안 키우는 동안 너는 늘 암캐를 쫓아다니다가 부상을 당한게 벌써 몇번인 줄 아니? 몇년전에도 못난이 암캐 때문에 결투를 하다가 큰 개한테 물려서 바로 동물병원에가서 수십바늘을 꿰맸고 그 꿰맨 자국이 벌어져서 박정국의사 선생님이 수의사도 아니면서 무료로 너를 꿰매서 살려준 적이 있었지?^^ 그러면서도 가끔 우리를 놀래키면서 그냥 저냥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아니 오늘 또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해서는 피를 철철 흘리며 들어오는데 사무실에서 상담받던 사람들하고 다들 한바탕 놀라고 말았단다. 오늘은 저번 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살려달라는 표정이었어.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단다. 아니 얘가 또 이게 무슨 일이람? 하면서도 상처 깊이를 보니 아주 큰 진돗개의 종류가 너를 물은 걸 알아차렸단다. 그래서 일단은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니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가 폐가 하나 다 뜯겼고 갈비뼈가 몇개가 부러지고 너무 물린 자국이 크다는 거 있지. 나는 또 곰곰히 생각을 했단다. 이번 기회에 그냥 너를 안락사를 시킬까?하는 생각을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의 눈이 너무 초롱초롱한 것을 보고 의사선생님이 그래도 살려는 의지가 많은데 일단은 수술은 해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씀을 하시는 거야. 그래서 수술을 했는데 오늘이 고비란다.네가 아픈 걸 잘 참아내면서 이기면 낫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이제는 우리를 영영 못보겠지. 그래서 일단은 오늘 너를 병원에 두고왔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참 속상하다. 너는 암캐를 너무 밝혀. 우리 동네 암캐들만 쫙 꿰고 있어도 되는데 너는 남의 동네까지 진출을 해서 남의 집 암캐를 늘 넘보다가 겁도 없이 큰 놈이든 작은 놈이든 경쟁하는 놈들한테 덤볐다가 이렇게 큰 코를 다니는 거라구. 네가 바람필려다가 부상당했다는 소리를 들은 상록실 장화숙쌤은 "하여튼 사람이든 개든 여자를 밝혔다가는 그렇게 되는 거라구"하면서 엄청 흥분을 하더라구.^^ 나도 너를 공격한 놈을 잡아야 할 텐데.... 어떤 놈이 너를 그렇게 처참하게 물었는지 현장을 못봤으니까 답답하기는 한데. 이 좁은 마을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야 되겠어. 분명 너를 그정도로 물은 놈이면 "입에 피묻은 놈만 찾으면 되는데"....^^ 이 동네 껄렁껄렁 다니는 놈은 세탁소집 백구밖에 없단 말야. 혹시 세탁소아저씨한테 전화를 해서 "백구 입에 피 묻었냐구"물어볼까? 어쩜 아저씨도 낌새를 채고 백구 입을 세탁했는지도 모르지. 어쨋든 내일부터는 너를 그렇게 만든 놈을 경수할아버지와 함께 찾아나서야 되겠어. 지금 태윤이도 너의 부상소식을 듣고 과자도 두개 먹을려다가 하나만 먹으면서 분을 삭히고 있단다. 일단 달래야! 모든 생각은 뒤로 하고 네가 빨리 나아야 되겠다. 너의 소식을 궁금해하면서 어떤 할머니들과 직원들은 달래 문병을 가야겠다는 직원도 있는 걸 보면 너는 살면서 성로원의 할머니들과 직원들에게 인심은 안 잃었었나 보다.^^ 달래! 빨리 나아라. 그래야 네 동생 나리도 고아가 안되지. 너랑 같은 배에서 나온 푸들강아지 나리가 만약에 고아가 된다면 얼마나 불쌍하니? 자기 엄마는 달마시안에게 물려죽고 자기 아빤 약을 먹고 죽고 자기 오빠는 진돗개 백구한테 물려 죽고 자기는 고아가 됐다고 하면 너무나 사연이 깊고 불쌍한 개가 된단다. 그러니 나리를 위해서도 빨리 낫기를 바란다. 그럼 오늘이 고비라고 하니 고비를 잘 넘기고 내일 만나자. 안녕. 너를 8년동안 키워준 주인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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