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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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1 00:00
4월이 지나갔습니다. 잔인한 4월은 5월을 부르면서 지나갔습니다. 5월이 달려옵니다. 싱그러운 5월이 뛰어옵니다. 장미빛 화려함을 꽃피우며 다가오는 5월이 숨을 헥헥 거립니다.
크~~~~내가 생각해도 한편의 시입니다.
누가 요렇게 감정을 잡으며 4월과 5월의 노래를 함부로 부를 수가 있단말입니까? 성로원의 기적입니다.
내친김에 자작시를 지어서 들려줄 詩가 무진장 많아도 참을랍니다. 성로원에서는 집나간 영어 한마디 하면 옆사람에게 눈 째림 당하고 집나간 고사성어 한번 하면 우~~~하면서 따 당하고 외출한 詩 한수라도 읊을라치면 자기나이에 2곱하고 나누기 3을 한다음에 다시 13을 더하고 다시 14를 뺀 숫자만큼 맞는다고 엄포를 치니 맞는건 맞는다 치고 계산 잘못해서 잘못맞을 까봐 읖조리고 싶은 詩를 그냥 입으로만 중얼거려봅니다. (중얼중얼중얼~~~)^^
아니 오늘의 일기 주제가 뭐냐구요?
없어요. 기냥 5월이 오는 마당에 갑자기 배도 아프고 어린시절 진댤래 먹고 물장구치던 시절이 생각이 나길래 긁적거려봅니다.
그러니까 그 시절, 진달래먹고 물장구치던 바로 그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금처럼 아파트 놀이터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우리 어린시절은 골목길이 유일한 놀이터였습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집에서 피아노치면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집에 쳐박혀 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가방 집어던지고 골목길로 나갔습니다.(지금의 아이들은 너무 불쌍합니다. 학교 갔다오자 마자 학원에 과외에 날마다 어깨가 축 쳐져서 들어오는 걸 보면 불쌍타~~흑흑)
여자애들은 공기놀이(다섯개 공기, 많은 공기....) 고무줄놀이, 소꿉장난...... 그런 것들을 하면서 놀았지요.남자애들 여자애들 함께 놀기로는 술레잡기도 많이 했고, 다방구도 하고 그랬습니다.
온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이 지금은 가보면 너무 좁은 것 같은데 그때는 엄청 넓은 운동장 같았어요.
골목에서의 놀이는 종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요.도구가 없이 그냥 몸으로만 놀거나 땅바닥에 돌멩이루 좌악 줄만 그어 노는 걸로는, 다방구,십자가이셍놀이를 했는데 이게 일본말인거 같은데 우리말로는 만들어지지 않은 거 같더라구요.
날이 컴컴하도록 손발이 새까맣게 되고 겨울에는 이리저리 갈라져 터지도록 실컷 놀아도 숙제 걱정 없이 참 이리뛰고 저리뛰고 죽기살기로 놀았습니다.
시인들의 싯귀에 자주 등장하는 저녁밥 짓는 굴뚝 연기....
"누구야 밥먹어라~~~" 부르는 엄마 목소리, 배추 껍데기 무우청 푸성귀가 흩어진 골목길, 집집마다 쌓인 살색 연탄재가 부스러져 어지럽고, 골목으로 난 어느집 부엌창으로 삐끔 보이는 빨간 미원통..... 60년대 도시 변두리의 골목길은 흐릿한 가로등 알전구가 켜지면서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그때 우리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는 지금의 우리 시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전성기였던 시절이었을 겁니다. 자녀들과 살기위해서 고생으로 몸부림치면서도 보람을 느끼면서 아둥바둥 살던 행복한 시절이었을 겁니다.
지금처럼 냉장고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냉장고 대신 집집마다 부엌에 있던 찬장에는 엄마가 감춰둔 잔돈푼이 꽤 있었습니다. 엄마한테 치마꼬리 붙잡고 다니면서 조르고 졸라서 결국에는 잔돈을 얻어다가 인형도 사고 아이스케끼나 삼립빵도 사먹고 울긋불긋 불량식품 달고나 뽑기도 엄청 사먹어도 배탈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당시의 골목길은 당연히 보도블럭이라는 게 없어서 비가 오는날이면 검은 흙바닥이 온통 진창이었는데 장화도 흔치 않아 철부덕 철부덕 흙탕 튀기며 날궂이를 했습니다. 개인 날에는 넝마주이 아저씨들이 넝마통과 큰 집게를 들고 다니던 생각과 비가 온 다음날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못과 철을 줍는 행색이 남루한 아저씨들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눈오는 겨울엔 골목길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놓고 썰매를 타며 놀았고 너무 미끄러워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넘어지는 모습에 때굴때굴 구르며 즐거워했던 시절이 이제 꿈같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정말 옛날 이야기가 됐습니다.
이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어느듯 서리가 내려서 한개 두개 흰 머리가 보이기를 시작할 꺼구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은 아직은 젊은 축에 드는 건데....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추억이 있을까요?
나중에 자기들이 지낸 어린시절을 추억해 보라고 하면 그들은 무엇을 추억할까요?
괜시리 4월이 지나감을 애석해하면서 이렇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추억의 이야기로 5월의 일기를 시작하네요. *^^*
5월이여 어서오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