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은 부엌을 닮는다

본문 바로가기
성산일기

커뮤니티

  >   커뮤니티   >   성산일기
성산일기

국물은 부엌을 닮는다

성산홍보실 0 5277
10년만에 찾아 왔다는 폭염(暴炎)으로 몸도 마음도 고달픈 요즘, 성로원 마당을 가득 채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여름의 열기를 한껏 보태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모쪼록 이 더운 여름 우리 어르신 모두 무사하게 여름을 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시켜 드릴 이야기는 일년에도 무수히 치루어 지는 행사와 절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성로원의 주방 이야기인데요, 주방의 조리사인 연은숙 선생의 글을 싣습니다. . . . 이번 여름의 초복만해도 뒷뜰에 걸어 놓은 가마솥에 불을 때어 새벽부터 보신탕을 끓이고, 수육을 삶아 내어 손질하고, 또 보신탕을 안 드시는 분을 위하여 인삼, 찹쌀, 대추, 밤을 곁들인 삼계탕에다 수박 화채 까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바쁜 오전을 보냈답니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면 이마와 등에선 땀이 비오듯해서 입고 있는 옷이 푹 젖을 정도이지만 그렇게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의 흐뭇함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는 듯 하답니다. 그 뿐 아니라, 윷놀이잔치, 달란트 시장, 경로잔치, 복날, 그린하모니 음악회, 장기대회, 어르신나들이 행사, 김장행사 등 모두가 <음식>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되는 행사이니 만큼 저희들의 책임이 막중하죠. 게다가, 가끔씩은 예정에도 없던 손님들이 오기도 하며 자원봉사자나 실습생들도 갑자기 접대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생기니 그땐 정말 진땀이 나는데, 그야말로 있는 재료, 없는 재료 총동원해서 만들어야 하는 응용작이 탄생하기도 하는데, 어땔 때엔 응용작이 오히려 더 좋은 품평을 받을 때도 있죠. 이제는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 행사 일정이 잡히면 일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데요, 먼저 사무국장님과 조리원 들이 모여서 심사숙고하여 레시피를 짜고 재료를 주문하고, 주문한 재료가 오면 전처리를 하는 동안에 각 부서별 직원들이 와서 그릇을 씻고 창고에서 후라이팬 이나 가스렌지 등 필요한 물품들을 꺼내어 각종 부침개를 할 준비를 합니다. 행사용으로 거의 빠지지 않는 명태전, 애호박전, 동그랑땡은 이젠 기본이며 여기에다 버섯전 이나 쇠고기 깻잎말이전 등의 특색있는 몇가지의 부침개로 액센트를 주는데 한켠에서 부침개를 부치고 있으면 한쪽에는 샐러드용 재료를 썰어서 준비하고 이때에도 저희 주방에선 각종 소스나 양념, 나물류 나 밑반찬 등을 준비합니다. 행사때 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저희 성로원이 만들어 내는 먹거리는 어떤 것이 있냐면요, 땅콩가루, 잣가루, 요크르트 소스로 맛을 낸 해파리 냉채, 단호박죽, 각종 해물로 만든 양장피, 오색경단, 구절판, 맥시칸 샐러드, 아홉가지 채소를 곁들인 웰빙 샐러드, 북어찜, 무초저림, 찹쌀부꾸미, 바비큐폭챱, 묵밥, 잔치국수, 떡볶기와 우묵 모듬, 해물파전, 새알 찹쌀수제비, 신선 오징어회 무침, 퓨전 뽁음밥, 맛순대, 닭날개 튀김, 단술, 수정과, 팥빙수, 우묵 등등 이죠. 종류가 무척이나 많아 맛이 의심 가신다구요? 행사 때 한번 오셔서 확인하세요. 저희들의 손맛(?)을 보여 확실하게 확인 시켜 드리죠^^ 저희 주방팀이나 직원들이 합심을 하여 이루어 내는 성과는 정말 이렇게 놀랍기만 한데요, 언젠가 가을에는 나들이를 떠나는 어르신들을 위하여 새벽에 오 백 줄 정도나 되는 김밥을 싸기도 했으며, 올 봄 경로위안잔치 때에는 무려 9가지의 반찬이 들어간 도시락을 천 개나 싸기도 했고, 농사꾼이 포기해서 밭에서 버려진 배추를 싣고 와서 때아닌 여름김장 수십 포기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우린 이런 말을 하기도 하죠. <성로원 주방에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심상찮은 일이 터진다!!> 저희들이 주방에서 일하면서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저희들은 어르신들의 영양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좀 더 다양한 소스를 재료로 하는 요리 나 별미음식을 어르신께 대접하고 싶어 정성껏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그 맛의 진가(眞價)을 모르고 잔반으로 그냥 버려질 때이죠. 그렇지만 그 요리의 특성을 살리되 우리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응용해보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이 저희들이 해야할 임무가 아닌가 싶어요. <빠끌 빠끌 끼린(끓인) 딘장(된장)만 최고인 줄 알았더구만 이것도 기가 막히는 구만> 이런 말씀을 기대하면서..... 정말이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란,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 국물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처음이 그랬듯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이로 남고 싶습니다. 끝으로 함께 일하는 주방 식구들 ,직원들 여러분의 적극적인 도움을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