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로원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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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5 00:00
성로원어(語)에 관한 이해와 접근
***웬 논문제목 이냐구요? ■■ 논문 제목은 아니구요.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어르신들 만이 쓰시는 고유의 말들과 저희 패밀리 들만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성로원 내에서만 유통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외부 방문객들이나 자원봉사자 혹은 실습생들은 왕왕 그 언어들이 해석이 안되어 당황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이유로 성로원어(語)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기획을 해보았답니다. 언어를 정복했을 때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겠죠?***
* <애기야!우리 애기 어디갔니?>
-지금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 덕분으로 <애기야 가자>라는 말이 각 포털사이트 마다 인기검색어 순위 1위를 달리고 있죠. 그런데 사실은 그 드라마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우리 성로원의 할머니가 쓰고 계셨다는 건 모르시죠? 그건 바로 경미한 치매증상을 보이는 김기*할머니는 전에 한 방 쓰시던 이순*할머니가 체구가 조그만하게 보여 애기처럼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이순*할머니가 다른 방으로 옮기자 그 할머니를 찾아 성로원을 분주하게 다니시는 거죠. <애기야! 우리 애기 어디갔니?> 김기*할머니가 만약 <우리애기>를 찾으면 실비2층 227호로 반드시 모셔 주세요!
* <성로원 찜질방엔 찐 계란이 없다??>
-가끔 어르신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 찜질방 문 열었어?> 엉? 양로시설에 왠 찜질방
이냐구요? 놀래지 마시고 물리치료실로 안내 해주세요. 온몸이 안 아픈곳이 없는 어르신들
은 핫팩을 가장 즐겨 하시거든요? 쿡쿡 쑤시는 부위에다 핫팩을 대고 누워 계실 수 있는 물리치료실이 어르신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찜질방 이랍니다. 참고로 찐계란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 <약 스트레이 받아가 얼굴 깝데기가 자꾸 버어진다>
-요양원2층 박숙*할머니께선 얼굴이 왜 그러세요? 하고 여쭈어보면 그렇게 대답하시죠.근데 그게 무슨 뜻이냐구요? 이런 뜻이랍니다. <약물 알러지 반응 때문에 얼굴 피부가 자꾸 벗겨진다>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다는데 사실은 연세가 드셔서 피부가 얇아지니까 조그만한 자극에도 쉽게 벗겨지는 거랍니다.
* <내 짱! 보래!>
-일본에서 오래 사셨다는 정만*할머니, 아무나 붙잡으면 <내짱! 보래!> 이렇게 대화를 시작 하십니다. 그 내짱이 누구냐구요? 정확하게 번역을 한다면 누나 라는 뜻이긴 하지만 정만*할머니의 내짱은 여보슈! 이런 뜻에 가깝게 쓰시는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내짱! 하고 부르시면 그냥 네~하고 다음 대화로 넘어가면 되는 거랍니다. 그런데 정만조 할머니에게 <유아꼬>라는 단어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아꼬라는 일본노래를 시작하십니다. 입소한 날부터 지금 까지 몇 년째 그 한 레파토리로 계속 우려 먹고 계시니 희망실 할머니도 괴로워 하고 계시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아마 희망실 할머니들, 속으론 이렇게 생각하고 계실 지도 모르죠.< 호랑나비로 이때까지 우려먹고 사는 김흥국이도 울고 가겠다야!>
* <찬밥, 더운밥 그리고 유효기간>
-언제고 한번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리라! 이것이 지상과제인 이금*선생님이 말하는 작업대상의 분별법 이죠. 찬밥이란 입사한 지 어느정도의 기간이 경과해서 작업을 하기엔 신선함이 가신 직원들. 더운밥이란 갓 입사한 직원들을 말하는 거랍니다. 그런데 갓 입사했다고 해서 다 더운밥이 되는건 아니랍니다. 조금 노(老)짱에 가깝다 싶으면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작업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리죠. 더운밥! 여러분! 작업에 좀 응해주세요. 찬밥 이나 유효기간이 지난 밥들은 작업당하고 싶어도 못당하고 있어요잉~~
* <니아까 가져온나><끄시는 거 좀 갖고 온나><지패이 좀 다고>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가끔 어르신들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죠. 니아까(리어커)란 휠체어를 말하며 끄시는 거란 보행기 즉 워커를, 지패이란 지팡이를 말합니다. 리어커를 찾기위해 마당을 헤매는 불상사는 없기를 바랍니다.
* <뭐든동 벌로 보믄 안되고 여물게 봐야 되거등? 허빈더빈 보든 암것도 되는기 없다>
-언제나 바른 말 잘 하시고 선행을 하시고는 그 이상을 생색을 내야 직성을 풀리는 양일*
할머니, 같은 방 할머니가 빨래를 못 찾자 날쌘 솜씨로 빨래 더미 속에서 할머니의 옷을 찾아 드리며 자랑스럽게 하시는 말씀 즉 <뭐든지 그냥 무심히 보면 안되고 야부지게 봐야 하며 허둥지둥 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일이 되는 것이 없다> 정도로 해석을 하면 무난 하겠죠? 이건 삶의 진리이니 만큼 우리도 새겨 듣도록 합시다.
* <이 주진자 살살 문때 서어 도고>
-방에 가끔씩 들르면 이런 말이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석 하세요. <이 주전자
살살 문질러서 씻어 주겠니?> 그러면, 절대 빡빡 말고 살살 문질러 씻어 드리면 됩니다.
* <성로원만의 직함들>
-어르신들만이 통하는 직원들의 직함은 이렇습니다 . 소장님 혹은 사장님(원장님), 박주사(사무국장님) 이서기(이영수 선생님), 성모엄마(장화숙 선생님), 용돈주는 아가씨(엄은정 선생님), 삐아노선생(김현주선생님), 운전기사양반(이금열선생님), 지하에 큰 주방장(연은숙선생님), 찜질방의 작은아가씨(박혜녕선생님), 무용선생(정명옥선생님), 총각선생 (임재근선생님), 군인총각(공익요원들)등, 괄호 안의 실명이나 직함을 참고로 하셔서 들으시면 되겠죠?
* <백마장 에다 간질님에다 당뇨병 까정 내가 아주 죽겠다>
-당뇨는 알겠는데 ‘백마장’ 이나 ‘간질님’은 새로 나온 질병 이냐구요? ■■ 백마장은 백내장
을, 간질님은 관절염을 일컫는 말이랍니다. 저도 처음엔 정말 어르신이 간질(seizure)의 병력
을 가지고 있는 줄 알고 놀랐답니다.
* <서회*선생님의 세가지의 주>
-그쿨래?(너 정말 그럴래?)라는 말을 일약 히트 시키고 있는 서회* 선생님이 즐겨 쓰는 주라는 말은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죠. 첫 번째 주(主)는 주님을 뜻하며, 두 번 째 주는 ‘주야아빠’ 라는 뜻으로 서선생님의 부군(夫君)을 사랑스럽게 인용할 때 쓰이는 말이며, 세 번째 주는 김현주선생님의 애칭이죠. 어쨌든 성로원의 가장 잘 나가는 서회*선생님은 알콜의 주(酒)만 빼고는 주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화이팅!
* <내 좀 일바차도, 당체 굽신을 모하겠다. 몸띠가 와이래 말을 안 듣노?>
-일거수 일투족. 몸이 움직이기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그건 이렇게
해석하세요. <내 몸을 좀 일으켜 주겠니? 움직일 수가 없구나. 도대체 몸이 말을 안 듣는구나>
* <포램과 달란또>
-어르신들은 포램(프로그램)에 가야 달란또(달란트)를 번다며 모셔 달라고 말씀 하시는데
프로그램반 이름은 날마다 새롭게 창조됩니다. 굿머니는 <굿모닝!어르신반>, 조(종이)붙이는 반은 <재활용꼴라쥬반>, 야바우반은 <작업치료반>, 치즈반은 <퀴즈로 배우는 세상반>분칠하는 반은 <메이컵반>, 춤추는 반은 <챠밍댄스반>, 공치는 반은 <게이트볼>반으로 모셔 드리면 아마 적중하지 않을까요?
* <대갈빠리가 팍팍 돌아가야지, 대갈빠리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동작이 굼뜨다 싶으면 성질이 급한 어르신들은 이렇게 과격한 표현으로 동료를 훈계 하십니다. <머리를 잘 써봐, 머리를! 쯧쯧 그러면 덜 힘들텐데>이런 유연한 말로 충고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 <다이나마이트 너나 좀 해라!!>
-육중한 몸무게는 아랑곳 없이 너무나 잡숫길 좋아하는 희망실 김영*할머니에게 다이어트
하셔서 몸매관리 좀 하시는게 어떠겠냐는 최은*선생님 의 권유에 하시는 말씀이죠. <다이나
마이트 너나 좀 해라, 니가 더 뚱뚱해, 너나 그만 쳐먹어!> 김영*할머니에게 다이어트를 권
유하실 분은 반드시 자신의 몸매를 확인하시고 말싸움에서 이길 자신 있는 분만 도전합시다!
* <고모의 고향, 칠곡군 북산면>
-누구에게나 고모로 통하는 희망실 진영*할머니는 기저귀 교환시 가장 애를 먹이는 할머니입니다. 싸고도 안 쌌다고 하시고 이제 방금 화장실 다녀왔다고 하시고. 그럴 때 가장 잘 통하는 유도방법은 이런 거죠. <고모요! 칠곡군 북산면 아시죠? 고모 아부지가 고모 기저귀 보고 오라고 해서 심부름 왔거든요?> 그러면 금방 순한 양이 되는 할머니, <그래? 그럼 진작 말을 허지~~> 고모의 고향이 정말 칠곡군 북산면 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런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하나님도 눈감아 주시겠죠?
* <간주 언제 주노?>
-월급쟁이가 한달에 한번 나오는 월급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것처럼 어르신 또한 한달에 한번 용돈 나오는 날을 학수고대 하면서 사시죠. 그러면서 직원에게 묻습니다. <오늘 며칠이고? 간주 언제 주노?> 간주가 뭐냐구요? 저희들도 어르신을 통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들을 배웁니다. 간주란 월급을 말하는 거래요. 어원(語原)은 찾을 길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