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순이의 비밀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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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5 00:00
6월인데도 30도가 넘는 기온으로 7월의 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한낮의 햇살은 너무 뜨거워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겸손함을 가르쳐줍니다.
오늘 우리 점순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점순이가 누구냐 하면 양로원 마당을 지키면서 밤에는 야근당직자들을 놀래키고 심심할때면 사냥개의 면목을 지키기 위해서 마당에 돌아댕기는 쥐들을 희롱하는 독일산 포인터인데 몇일간 계속 진통을 심하게 하다가 결국 오늘은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수술을 해서 새끼를 낳았어요.
앞의 두마리는 죽고 6마리가 오글오글거리며 아픈 제 에미의 젖을 무는데도 점순이는 비몽사몽 정신을 못차리고 지금도 마취에서 깨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네요.
점순이는 시안이의 친구이자 부인입니다. 맨 처음에는 달마시안 한마리가 외롭게 양로원 마당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순해 빠진게 작은 개들한테도 쩔쩔 매며 늘 당하기만 하던 어느날 점순이 가시나가 들어오는 순간 부터 합방을 하자며 달랑 시안이 집으로 들어가는게 아닙니까?
수줍은 시안이는 좋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해서 처음에느 머슥하더니 점순이가 계속 꼬시자 그때부터는 헤벌쭉해서는 점순이가 하자는 대로 합니다. 먹을것을 줘도 점순이가 으르렁 거리면 뒷걸음을 치고 점순이가 다 먹을 동안에 기다렸다가 점순이가 인심쓰면서 하나씩 주면 얻어먹기 일쑤였죠.^^
그냥저냥 그래도 참 사이좋게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점순이가 짝 짓기를 할 때가 가까워지자 점순이를 얻어 왔던 우리의 방씨 아저씨가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을 하는 겁니다.
같은 종자끼리 짝을 지어야 순종으로 아주 용맹스럽고 날렵한 사냥개로 키울 수 있다면서 독일산 포인터 숫놈에게 점순이를 맡기고 온 것입니다. 그 사실을 눈치로 알아버린 시안이는 몇날 몇일을 밥을 안먹고 목을 놓아 웁니다.
아아 정말 불쌍해서 못보겠습니다. 이걸 보는 나의 마음에도 갈등이 일기를 시작을 했습니다. "순종끼리 짝을 안지으면 어때!" "사이가 그렇게 좋았던 시안이와 점순이가 결혼을 하는게 마땅한 일이야!" "둘 사이를 갈라놓아서는 안돼!" "시안이도 얼른 장가를 보내야지 좋아하는 점순이를 다른곳으로 시집을 보낼 수는 없어!" 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야심한 밤에 점순이가 다른 곳에서 돌아오던 날 밤에 으흐흑 시안이와 점순이를 마당에 풀어놓기를 시작을 했습니다. 몇날 몇일을 낮에는 시침이를 뚝 떼고 둘을 갈라놓았다가 밤이면 나는 둘이서 맘껏 사랑을 하라고 마당에 풀어놓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말 어떤 새끼가 나올까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개의 새끼가 점순이 뱃속에 있을까 하며 궁금하던 차에 점순이가 3-4일간을 진통을 심하게 하면서도 낳지를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거의 죽을 것 같기에 오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죽어있는 두마리의 개가 막고 있어서 다른 6마리의 개들도 나오지를 못하고 그렇게 에미의 애를 태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두달 만에 세상에 나온 개는 결국 누구의 개였는지 아십니까? 아저씨는 찰떡같이 같은 종의 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워째 이걸 점순이의 배에서 나온 6마리의 새끼들은 바로 시안이의 새끼들이였던 것입니다.
아저씨의 허탈해 보이는 모습과 반대로 나는 웃음도 나고 시안이를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정말로 시안이도 아빠가 되는 게 아니겠어요? 독일산 포인터 엄마에 달마시안 아빠를 둔 강아지들도 꽤나 멋질것 같네요.
그런데 걱정입니다. 점순이가 수술을 한 상태에서 아직도 제대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점순이 새끼들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점순이 젖을 찾으며 파고 드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젖도 안나오면 어떻게 하고 점순이가 저렇게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걱정이 많이 되네요.
얼마전에 상애원 원장님하고 영락 양로원의 원장님이 개한마리씩을 부탁하고 가셨는데 건강하게 잘 키워야지 여기 저기 분양을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