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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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할머니의 전화

성산홍보실 0 4588
따르릉! 따르릉! 오늘도 어김 없이 사무실 전화는 울립니다. 잽싸게 전화에 손들이 올라가지만 동작빠른 사람이 어김없이 받습니다. "네, 대구성로원입니다" "아~성로원이예요. 뭐 하나 물어봅시다." "예, 말씀하세요" . . . 자~~~~이렇게 시작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할머니의 노인복지시설 입소를 앞두고 궁금하던 것을 묻기를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조금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을 하자, 가만~ 언젠가 여름에 전화를 붙들고 선풍기를 방마다 틀어도 되느냐고 묻기에 물론이라고 하니 당신은 선풍기 바람을 쐬면 안되는데 하면서 고주알 메주알 거의 1시간을 상담을 하고도 끝이 안났던 할머니같은 분위기를 확 풍기는데, 할머니는 아주 시치미를 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에 물어봤던 것을 또 물어보시고...... 물어본 내용인 즉슨, 거기 양로원은 몇명이 한 방에 생활을 하느냐, 더운 물은 매일 같이 나오느냐, 심야전력을 쓰냐 경유를 때느냐에서 부터 거기까지는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니 아주 정성껏 대답이 이어집니다. 샤워기가 있느냐, 있으면 그 밑에 수도꼭지가 달려있는 수도가 밑에서 얼만큼 떨어져 있느냐, 양로원의 전체 방 숫자가 몇개냐, 방은 어둡냐 밝으냐, 생활하는 방 앞에 정수기가 놓여져 있느냐, 어디 제품 정수기냐,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냐, 으~~~헝, 예 예 예 하면서도 이제는 조금씩 기분이 상해집니다. "그 정도로 궁금하시면 직접 오셔서 시설을 구경을 하시고 결정함이 옳은 줄 아뢰오." 했다가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고 호통을 치는 통에 상담하던 직원은 얼굴이 벌게 지고 일단은 궁금증이 조금은 풀린 듯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조금 후에 다시 따르릉! 따르릉! 조금전에 상담을 해준 직원은 겁이 나서 전화를 못받고 다른 직원이 받습니다. 할머니는 조금전의 내용을 그대로 물어보는데 한방에 몇명이 같이 지내느냐고 했을 때 어떤 이는 3명이라고 했다가 어떤이는 2명이라고 한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왜 조금전의 직원과 말이 틀리냐고 야단 야단을 치면서 "시설 건물에 굴뚝은 있나?" 그건 왜 물어보시죠? "아~굴뚝이 있으면 공기가 나빠서 내가 들어가 살려면 그런 것을 샅샅이 물어봐야 되는게 아니냐?고 도리어 화를 내십니다. 그후에도 오늘만 4번의 전화가 있은 후에 할머니는 아직까지는 전화가 없읍니다. 아이구 머리야! 할머니는 건강염려증이 아주 심한 분인 것 같습니다. 너무 완벽한 시설을 추구하다가는 정말 어느 시설도 할머니 마음에 맞는 시설이 없을 줄 아뢰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우리 시설은 제발 피해서 안오셨으면 하는 바램까지 생길 정도로 할머니의 꼬치꼬치 물어보는 성격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혹시 이분이 우리 시설에 들어오시면 저희 직원들 매일같이 불려가서 혼나고 시설 구조 다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줄기차게 해나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막 들어버립니다. 아휴 할머니 전화는 이제 그만. 직접 왕림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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