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팍! 영어가 별거드냐(2)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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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7 00:00
영어가 쫌 되는 영수씨가 아무리 이말 저말을 해도 그들은 자기들이 비행기에서 찾아보겠다며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걸 거절하더니 결국은 찾을 수가 없다고 말을 하더군요.
결국은 대사관까지 가서 여행자증명서를 받아내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리고 다른 일행들은 룰룰룰 랄랄라 하며 매정하게 떠나버리고 우리의 영수씨는 나때문에 나의 입과 발이 되어 자기가 잃어버린 것도 아니면서 진술서 쓰고 확인서 쓰면서 나의 첫 해외 여행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여행자증명서를 가지고는 싱가폴에 갈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다른 일행들이 싱가폴에 갔다올 동안에 나는 방콕에 남아서 나홀로 호텔에서 그 긴긴 시간들을 진정한 방.콕을 해야 된다네요.
어쨌든 그들은 싱가폴을 향해 떠났고 나는 호텔에 덩그라니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독서를 해서 지식을 쌓는 중요한 시간을 갖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책 저책을 빌려놓고는 딱 한줄을 읽었는데 너무 졸립고 심심한 거예요. ^^
그래서 호텔 수영장을 가서 수영을 하는데 거기에서 나처럼 무지하게 심심해 뵈는 외국 할아버지가 있어서 양로원 할아버지들한테 워낙 익숙한 탓에 스스럼 없이 대화를 시작합니다.
<나와 아일래드 할아버지의 대화입니다.>
나 : 할아버지 이 큰 수건 어디서 샀어요?
할아버지 :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 : (이 할아버지가 한국말이 서투른가 보다. 천천히 말해야지^^)
할아버지! 이. 수건. 어디서. 샀냐구요?
할아버지 : (알아들었다는 듯이) 호텔 한 쪽 을 가리킨다.
나 : (유일하게 자신있게 혀를 굴리며 현지인 발음으로) 땡큐!^^
<조금있다 파라솔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손짓을 한다. 웃으면서 마주 앉는다.>
할아버지 : 코리안?
나 : 예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you 어디?
할아버지 : 아엠 아일랜드
나 : you 좋은데 사네요.
할아버지 : (갸우뚱)
나 : 해피 나라 해피 나라
할아버지 : (웃으면서) 고개 끄덕
나 : I am 40살, you 몇 살 ?
할아버지 :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한참있다가) 65라고 손으로 쓴다.
할아버지 : @#$%^%$#$$ ~ #$%&*$# ??????? 계속적으로 쏼라 쏼라~~
나 : 눈치를 보니 언제 태국에 왔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나 : 이틀째니까 투데이라고 손가락을 두개를 펴며 자신있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손가락 하나를 가리킨다.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투데이 이뜰째라고 하니까 억지로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웃는다. (히~)
나는 oneday, twoday,이런뜻으로 투데이 라고 했는데 나중에 우리 아들한테 물어보니까 today가 오늘이라는 거룩한 뜻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아 쪼끔은 쪽팔렸다.
할아버지 : (호텔 안의 일식집을 가리키며 밥을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 : (혹시 나 더러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다가 배를 남산만하게 둥글리면서)
나 배불러요 배불러요 하며 no라고 거절을 하니 웃으면서 인사를 하며 빠이 빠이를 한다.
(어쨌든 ㅋㅋㅋㅋ 영어가 별거 아니네. 다 통하네 땡큐만 자신있게 배워왔는데 이렇게 영어가 쉽다니. 별꼴이네 이렇게 쉬운 영어를 배우느라고 매달 몇십만원씩 학원에 쏟아 붓는 사람들이 갑자기 한심해 보인다.)
어쨌든 남은 시간을 또 어떻게 보내나? 걱정할 틈도 없이 호텔 근처를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돌아보니 발맛사지하는데도 있어서 발맛사지도 받아보고 알아듣지는 못하는 재미없는 영화도 관람하고 한국사람이 하는 상점에 가서도 노닥거리고 태국돈 바트와 우리나라 돈의 함수관계를 계산하며 돈의 효율성과 가치성을 따져보며 나름대로는 쪼금은 고차원적인 생각도 해보다가 골치가 아파서 다시 본연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수선스럽게 무지하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아이고 빨리 이틀이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얼른들 일행하고 합류를 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재미있게 보내야 되는데....
시간아 빨리 가 다오.
시간아 제발 빨리 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