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나더러 친정어머니같다구요

본문 바로가기
성산일기

커뮤니티

  >   커뮤니티   >   성산일기
성산일기

허걱! 나더러 친정어머니같다구요

성산홍보실 0 5306
아침부터 공주할머니의 호출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면서도 분명 자기방 "경아"하고 몇일 전에 싸운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짐작은 갔었습니다. 87세의 할머니는 깔끔하고 샘도 많고 성질도 대단한 분입니다. 2층에서 그 할머니를 이길 자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방의 "경아"는 만만할 까요. 천만에요. 만만에요. 두 분 다 막상막하입니다. "경아""경아"하니까 무슨 "별들의 고향"의 주인공인 "난 정말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를 청승맞게 부르던 안인숙이가 늙어서 양로원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것이 아닙니다. 원래는 이경호라는 아주 멋진 이름이 있는 75세의 할머니건만 우리의 공주할머니는 언제나 자기 딸 부르듯이 "경아""경아" 부르던 것이 글쎄 우리도 모르게 그만 호칭이 경아로.....^^ 경아할머니는 마실다니는 걸 무척좋아하십니다. 그러나 공주할머니는 저녁만 드셨다하면 불을 톡톡 끄면서 TV도 못틀게 하니 경아할머니가 밖으로 실실 도는것도 이해는 가지요. 그래서 이방 저방 기웃거리다가 성질이 맞는 사람들끼리 놀다 늦게 들어오면 어디서 화냥질을 하고 왔느니 밖에 영감을 숨겨놨느니 해가면서 경아할머니 심기를 건드리는 겁니다. 제가 전에도 그랬죠? 할머니들 대화중에 화냥질이라던가 첩질이라는 말이 들어갔다하면 이건 죽기아니면 살기로 싸움이 시작되는 거라고. 이 말만 나왔다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몇날 몇일을 "니가 내가 화냥질하는것을 봤냐고? "영감하고 바람피우는 걸 봤냐고?"고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2층을 발칵 뒤집어 놓는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어쨌든 할머니가 호출을 해서 할머니 방에 들어가자 할머니는 반갑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십니다. 할머니는 내 손을 조물락 조물락 만지면서 그동안 정말 보고 싶었다면서 원장님을 보면 "꼭 자기 친정아버지를 보는 것 같고 "나를 보면 "꼭 자기 친정어머니를 보는 기분이랍니다," 오잉~~ 아니 아무려면 내가 87세 할머니의 친정어머니같다니??? 뭐 며느리같다느니 딸같다느니 하는 소리는 정말 많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할머니의 친정어머니 같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지면서 도대체 세월이 얼마나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되는가 계산이 복잡해지더군요.^^ 어쨌든 나의 딸같은(?) 공주할머니는 나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저 경아가 밤에 마실좀 안나가게 해달라고, 밤에 늦게 들어와서 옆에 드러누울때면 깜짝깜짝 놀란다나요. 그래서 할머니가 조금 늦게 주무시면서 말 친구도 되주고 TV도 볼 수 있게 양보를 해주시면 되잖아요 하면서 제안을 해도 절대로 안된답니다. 자기는 저녁 먹으면 일찍 자야만 되고 이렇게 지낸 세월이 오래되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군요. 그러면 일찍 주무시는 사람들끼리 사는 방으로 이사를 가라해도 그것도 NO. 두 분 다 이사가는 건 싫다고 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안된다하니 그방은 언제나 "적과의 동침"이 계;속 될 수 밖에요. 그나 저나 공주할머니! 저를 친정어머니 보듯 하지마시고 경아할머니를 친정어머니보듯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미운마음도 싹 가시고 언제봐도 반갑고 정겹고 보고싶고 또 보고싶어지지 않을까요?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