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할아버지와 아롱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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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할아버지와 아롱이의 사랑

성산홍보실 0 5121
상큼한 꽃향기가 넘쳐나는 계절. 성로원 마당에도 색색가지 꽃이 서로 뽐내며 봄동산을 이룹니다. 사무실 안으로 은은히 풍겨오는 라일락 향기에 어느순간 우리는 밖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아~아름다운 라일락이 무더기로 만발해 있군요. 표현력이 빵점입니다. 예쁜 꽃이 무더기로 만발하다니~~~그래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계속적으로 보라색 무더기로 만발했다고 말할 수 밖에.^^ 그 나무 밑에 경수할아버지가 아롱이와 함께 한가로이 거닐고 있네요. 언젠가 중환으로 인해 거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할아버지는 이제 새 봄을 맞으면서 건강이 많이 아니 굉장히 많이 회복이 되셨습니다. 이제는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나서 봄볕 따듯한 마당에 늘 나오셔서 당신이 사랑하던 잡종개 아롱이와 새로운 개식구 점순이 시안이를 무지 사랑해 주십니다. 맛있는 과자를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다가 개들에게 인심쓰시느라고 당신은 잡수시지 않으십니다. 당신 잡수시라고 드리는 우유는 늘 아롱이 차지입니다. 그래서 아롱이도 할아버지가 보이면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면서 남들이 보면 걷는거 같지만 자기딴에는 열심히 뛰어옵니다. 원래는 날씬했던 개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도 먹여놔서 늘 홀몸으로 있어도 새끼를 갖었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정도로 양로원 개 아롱이는 비만입니다. 세월도 엄청 많이 흘러서 아롱이 나이가 12살입니다. 개로 치면 노할머니뻘 됩니다. 눈에도 백내장이 끼고 목인지 얼굴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목살이 잡히는게 정말 웃기는 모습으로 변한지 아주 오래 됐습니다. 뻔뻔해 지기도 말할 수 가 없습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그렇게 눈총을 줘도 어느틈에 책상 밑으로 몰래 들어와서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자는데 사람 코고는 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다가 들켜서 쫓겨나기를 숫하게 당합니다. 하지만 경수할아버지는 아롱이에게 눈총도 주지 않고 언제나 사랑해 주십니다. 늙고 뚱뚱해지고 둔해졌다고 무시하지도 않고 늘 변치않고 사랑해 주시는 마음을 아는지 아롱이도 할아버지를 참 좋아합니다. 무슨 대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잠잠히 쓰담아 주고 말없이 지켜보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은 통하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도 아롱이도 한번도 이야기하는 걸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느낌으로 둘이 특별한 사이인걸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사랑은 그렇게 통하는 것인가 봅니다. 어쨌든 봄 볕 따뜻한 날에 아롱이와 한가로이 거니는 경수할아버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고 직원들도 보람과 함께 힘이 솓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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