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 할아버지 빨리 돌아오세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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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3 00:00
얼마전 까지만 해도 겨울 추위속에서 얼어죽어 버린 것 같았던 가늘고 긴 가지들에서 화사하고 찬란한 봄꽃들이 피어 성로원의 마당을 오색찬란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잡종개 아롱이와 다롱이 모녀를 비롯하여 여러마리의 강아지들과 토종닭 세마리도 뛰어놉니다.
거기다가 토요일이면 봄의 새싹들 같이 귀여운 직원들의 어린꼬마들이 엄마손을 잡고 하루를 성로원의 마당에서 사랑스러운 강아지들과 함께 뛰어노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런데 다들 즐겁게 뛰어노는 가운데서 자세히 보면 아롱이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성로원에서 10년이 넘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고참 발발이(?) 아롱이는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아롱이를 가장 사랑해주는 경수할아버지가 벌써 2주일째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아롱이를 찾아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당신의 먹던 음식을 갖다 주고 맛있는 것이 없어서 아롱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당신의 용돈에서 아롱이가 가장 좋아하는 쵸콜릿과 우유를 사다가 아롱이 모녀를 챙겨주시던 마음이 따뜻한 할아버지였거든요.
당신 몸이 아프면서도 억지로라도 일어나 아롱이의 밥을 챙겨주시고 아롱이가 가려울까봐 조그만 빗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롱이와 다롱이 몸을 빗겨주시면서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했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머리에 물이 차서 뇌수술을 받게 되셨습니다. 70이 넘은 연세인데 총각으로 늙으셔서(?) 아직도 숫총각이신 우리의 경수할아버지는 아롱이 모녀와 직원들이 무척 좋아하는 분입니다.
정겨움이 묻어나고 순박한 할아버지는 지금도 병상에서 투병중입니다. 직원들이 수시로 문병을 가고 같은 방의 친구들도 자주 문병을 가서 위로해 드리고 격려를 해드리지만 아롱이는 가고 싶어도 가지를 못합니다.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가지를 못하는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아롱이의 마음을 알고 병문안을 갈때마다 아롱이에게 말을 하고 갑니다. "아롱아! 니네 할아버지 한테 간다. 뭐 할 말 있으면 해라. 가서 전해줄께."하며 이야기를 하면 아롱이는 말귀를 알아듯는듯 두 귀를 쫑긋거리며 멍멍 짓습니다.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우리 할아버지 빨리 나아서 돌아오시라고 그러세요!"하고 말하는 것 같기에 병원에 가서 그대로 전해드리면 우리의 경수할아버지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정말이지 우리 경수할아버지가 빨리 완쾌되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색찬란한 봄의 마당에서 경수할아버지가 아롱이와 다롱이의 몸을 빗겨주는 정겨운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경수할아버지! 빨리 돌아오세요. 사랑합니다. (직원들과 아롱이 모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