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과 우묵가사리
성산홍보실
0
6230
2002.07.14 00:00
더워요. 더워. 정말 더워요.
아침부터 팍팍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에 가만히 있어도 끈끈하고 땀으로 범벅이 되는 날, 대구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위해 준비된 날처럼 33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있던 날, 바로 오늘 우리가 무엇을 했는 줄 아세요?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고대하던 달란트시장을 열었습니다.
7월이 들어서면서부터 달란트시장이 언제냐고 마치 당신들의 생신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학수고대하며 기다리셨습니다.
실제의 돈보다도 프로그램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드리는 달란트라는 쿠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애지중지 아끼며 모았던 것이 어느덧 100장이 넘습니다.
할머니들은 10장씩 실에 꽁꽁 묶어서 나중에 물건사기 좋게끔 만들어놓고는 속고쟁이에 넣었다 뺏다하며 하루에 한번이상은 세어보고 또 세어봅니다.
할머니들은 용돈은 잃어버려도 용서가 되고 참을 수가 있지만 달란트를 한장이라도 못받거나 잃어버린날은 "지서에 가서 고발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흥분하고 화를 내는 할머니들도 계실 정도로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달란트는 할머니들에게는 재산목록 1호가 될 정도로 인기만점입니다.
자기가 가장 이뻐하고 좋아하는 직원들을 살짝 불러서 달란트 1장을 내밀때의 그 할머니들의 표정이란????? *^^*
그랬습니다. 할머니들은 3달에 한번씩 있던 달란트시장을 6개월에 한번씩 여는 것에 못내 아쉬움을 느끼다가 드디어 오늘 아침부터 기대에 차고 흥분이 되서 안절부절하십니다.
너무 기대를 하는 모습에 저희들은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몇일전부터 어떤 물품을 가장 선호하는지 할머니들의 기호를 물으니 일상생활용품에 모시메리 여름옷 이불 하다못해 에프킬라까지 할머니들의 욕구는 상당히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그래서 판매할 물품을 점검하고 일부러 할인매장에서 음식준비할 재료며 팜매할 물품등을 사서 준비하면서도 할머니들의 그 모든 욕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슈퍼마켓을 하나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드디어 마당의 땅바닥이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진 오후 4시에 할머니들을 모시기 시작을 했습니다. 마침 실습을 와준 계대 간호대생들과 사회복지과 학생들이 20여명이 참여를 해줘서 어느정도 수월할 수 가 있었습니다.
마당에 텐트를 쳐놓고 현수막을 걸고 물품을 내어 놓기 시작을 하고 음악이 뽕짝 뽕짝나오기 시작을 하자 할머니들도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다들 비닐봉지나 배낭 쇼핑백들을 준비하여 삼삼오오 모여서 무엇을 살까 의논을 하고 계십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들은 실습생들을 부르고 직원들을 부르며 그동안 모아놓은 달란트를 맡깁니다. 속옷도 사고 휴지도 사고 여름 이불도 사달라고 하며 계산하기에 바쁩니다.
처음으로 달란트시장에 참여한 학생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심부름을 똑바로 해드리기 위해 볼펜으로 적고 메모하기에 바쁩니다.
자~달란트 시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아니 대구의 서문시장 난전이 따로 없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다들 땀들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개라도 더 고르려고 난리 부르스를 춥니다.
물품판매후의 음식판매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요?
"성로원의 음식은 맛있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거든요. 그랬어요. 오늘도 맛있는 음식이 가지가지 준비가 됐어요. 돼지갈비 김밥 만두 찹쌀수제비 장터국수 떡복이 과일모듬, 그중에 얼음이 둥둥 떠있던 콩국과 우묵가사리는 압권이었죠. *^^*
언제나의 풍경이지만 실비시설에 계신 할아버지들은 프로그램에 참석을 하지 않아 달란트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아침부터 살살 다니면서 다른 분들 모르게 달란트를 조금씩 나눠드렸습니다. 할아버지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달란트를 받아들며 감격에겨워하는 모습입니다. 항상 달란트가 없어서 남들이 마음껏 시장을 볼때 늘 부러운 시선으로만 보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달란트를 얻다니 횡재를 한 기분이랍니다.
뭔가 일이 없으면 불안해 할 정도로 언제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우리 직원들. 오늘도 어르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더위도 잊은 채 음식준비와 물품준비에 수고한 직원들과 실습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시설의 노인들이 무료하게 지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정에 계신 어르신들보다 더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이 놀랍다는 사람들의 말대로 우리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에게는 무료함이나 고독감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오늘 땀을 흘리며 할머니들을 도와줬던 실습생들 더운데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더라고 도움을 받았던 할머니들이 벌써 한마디 해줬겠지요? "학생들! 오늘 고마워!"라고......
..........
달란트시장을 여는날 당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 부부를 초대해서 달란트로 음식을 사드리며 대접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도 보이고 달란트시장이 끝나자 마자 베낭을 메며 어디론가 냉큼 사라지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아마 가난한 자녀에게 구매한 물품을 갖다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려니 하며 지나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섬망증상으로 직원들의 애를 먹이는 어떤할머니는 달란트를 도둑맞았다고 사무실에 와서 두다리를 쭉 뻗고 철퍼덕 주저앉아서 달란트를 찾아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서에 고발하겠다"고 펄펄 뛰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자 "어~어 너희들 울어도 시원치 않은데 웃기는 뭐를 웃노! 너희들 버르장머리 없는 것을 보니 사람이 아무도 안사는 음침한 데서 자랐구나!"???????? *^^*
이래저래 뜨거운 여름날의 행사가 무사히 끝났음을 보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