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글러브를 끼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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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글러브를 끼고 있는 할머니

성산홍보실 0 5061
제목이 좀 이상하지요? 무슨 권투도장도 아닌데 웬 양로원에서 글러브를 낀 할머니가 계시다니???하시면서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텐데요? 이야기인즉슨 그게 이렇습니다요. 아~우리 시설에 가장 중환자실인 상록실에는 꼬집고 할퀴고 때리기를 밥먹듯하는 할머니들 몇몇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응가를 보고는 손으로 만져서 칠갑을 하고 서랍에 감춰두기도 하고 기분나쁘면 집어 던져서 재수좋은 날은 직원들이 똥으로 세례를 받기도 하기를 여러번. 직원들은 대책회의를 아니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할머니를 care하다가는 어느틈에 꼬집고 할켜서 멍이 드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래서 신할머니나 강할머니를 care해드릴때는 순발력있게 미리미리 대비를 하고 돌봐드려야지만 그런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딴 생각을 하거나 무심코 할머니 곁에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다가는 여지없이 꼬집힘을 당하고 마는 겁니다. 또한 자기 대변을 싸놓고는 순식간에 손으로 집어 던지거나 기저귀를찬 바지에 손을 넣고 만져서 손을 더럽히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어쨌는데 그러냐?"고 하면서 "똥이 얼마나 더러운데 내가 만지냐"고 하면서 아주 천연덕 스럽게 똥은 더럽다고 입으로 말씀을 하시면서도 실제로는 늘 똥하고 너무 친하게 노는 겁니다.^^ 직원들은 매일 같이 "나는 여기를 이렇게 당했다. 너는 어떻게 당했냐?" "오늘은 강할머니가 똥을 눠서 서랍속에 얌전히 넣어놨다"는둥 언제나 우리의 수준높은 대화의 주제를 "똥"으로 삼도록 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꼬집히지도 않고 똥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을 해보자고 몇날 몇일을 모여서 의논한 결과. "손에다가 붕대를 감아드리자" "아니다. 손에다가 양말을 씌워놓자 그러면 꼬집지는 못할 것 아니냐" "아니다 그것도 해봤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뭐 이런 식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까를 의논하던중. "옳지" "손에다가 권투 글러브를 끼워드리자"하는 아주 반짝 반짝하는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직원이 있었으니~ 그이름도 유명한 상록실 터줏대감, 살아있는 노인care의 대가 장화숙 선생님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의논이 끝나자 마자 8온스 어린이용 빨간 권투 글러브를 사다가 몇몇 요주의 할머니들에게 끼워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들은 꼬집던 것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던지 글러브를 낀 손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잽을 날려보고 어퍼컷을 날려보지만 직원들은 꼬집히는 것 보다는 훨씬 아프지가 않아서 좋다고 히죽거리며 웃어댑니다. 외부에서 온 손님들도 휠체어를 타고 글러브를 낀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상한지 물어옵니다. "왜 저 분들은 손에 장갑을 끼워놨어요?"하고 물어오면 우리들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지요. 그러면 이해가 된다는 듯 웃으면서 "정말 힘드시겠어요"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해주고 힘을 북돋아준답니다. 가정의 자녀들이 있어도 치매나 와상노인을 모시는 일로 형제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거나 심한 경우는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가 허다한 요즈음 이런 노인들이 가정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어느 며느리나 딸 아들이 지극정성으로 모실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며 우리 시설의 직원들이 많은 가정의 노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해결사" "날개없는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번 해 보게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자녀되시는 분들! 빈 말이라도 우리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좀 해주시는건 어떨지요? "우리 대신에 우리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직원 여러분! 힘 내세요 "이렇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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