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봉지를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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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봉지를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

성산홍보실 0 5380
우리 시설에는 골리앗 처럼 아주 키가 크고 장대한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덩치가 너무 커서 옷을 사드려도 특특대로 사거나 아니면 110사이즈를 사다 드려야만 맞을 정도로 무진장 큰 할아버지십니다. 크고 뚱뚱하다보니 걸음걸이도 특이합니다. 아장아장 두발 띄다 한번쉬고 심호흡 한번하고 아장아장 두 발 띄다 한번 쉬고 심호흡 한번해야 자기가 목적으로 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할아버지가 주로 가시는 곳은 맛있는 밥을 잡수시는 식당. 혼자서 까까 잡수시면서 만화영화보는 휴게실, 그리고 자전거가 있는 마당. 이곳이 할아버지의 주 무대입니다.그곳까지 아장아장 걸어갈려니 시간이 오래걸리는 건 말 할 것도 없지요. 그 할아버지의 손에는 언제나 까만 비밀봉다리가 들려져 있습니다. 그 속에는 꽈자 사탕 음료수가 들어있지요. 오직 취미활동은 간식 쉬지 않고 먹기, 자전거 타고 **은행에 가서 돈 없는 통장 찍어보기, 할아버지가 하도 앉아서 쿠션이 다 꺼진 소파에 팍 파무쳐서 어린이 프로 만화영화보기 입니다. 다른 분하고 TV 채널가지고 싸워서 진 적이 없습니다. 덩치와 한 성질로 다 이겨버립니다. 슬프지도 않은 만화영화를 볼 때도 눈물이 줄줄 나와서 주체를 못합니다. 조금 더 격정적으로 울때는 콧물까지 섞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텔레비젼을 쳐다보면 로보트가 싸우고 난리를 지기는 건데도 할아버지는 슬프고 감동이 되는 듯 합니다. ^&^ 몇 일 전입니다. 할아버지가 취미활동으로 통장찍어보러 다니는 **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아가씨가 돈을 출금하러 왔다가 실수로 돈을 창구에 두고 통장만 들고 갔답니다. 그러고는 아차 싶어서 바로 왔는데 돈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찾아달라고 하길래 폐쇄회로를 작동해보니 아뿔싸! 우리의 골리앗 장군 손에 자기도 모르게 돈이 들려져 있더라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 돈을 자기 돈으로 잠깐 착각을 했는지 그동안 가장 사고 싶었던 신형자전거를 망설임도 없이 냉큼 사가지고는 유유자적하게 타고 오시는 거였습니다. 당연히 처음 본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걸 본 직원이 물어봤답니다. 할아버지는 자기 돈으로 샀다고 말씀하시고 우리 직원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억지로 믿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이 사실을 안 아가씨는 빨리 현찰로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래나 고발이래나를 한다고 팔팔 뛰고..... 할아버지의 현금 동원력이 얼마나 되겠나 싶어서 은행에 조회를 해보니 할아버지의 통장에는 17만원도 아니고 달랑 170원만 남아있더군요. 매일같이 꽈자 사잡수시고 음료수 빨고 사탕 잡수시느라고 쬐끔 있던 돈은 다 쓰셨으니 도대체 뭘로 그 돈을 갚느냐 이말이지요? "할아버지! 남의 돈을 함부로 가지고 오시면 어떡해요?" "모르고 그랬어요" "그리고 남의 돈으로 바로 자전거를 사시면 어떡해요?" "내 자전거가 망가져서 그랬어요" "그 아가씨가 돈을 바로 안주면 고소를 하겠대요" "할 수 없지요"???????? 대화~~~~끝. 할 수 없다는데 어떡합니까? 정말로 할 수 없지요. 걱정도 없고 속도 없고 생각도 없고 판단력도 없고 겁도 없고 경우도 없고 돈도 없고.....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에는 트레일러와 대형버스를 모는 기사였답니다. 키가 큰 분이 눈이 부리부리하고 정말 남자답게 생겼습니다. 거기다가 목소리도 끝내줘서 새로 입사한 방송국의 성우 비스무리 합니다. 그러나 대화 내용까지 들어가다 보면 이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아이같이 생각이 짧고 지적 능력이 조금은 부족합니다. 젊어서는 분명 가족을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 온 가장이었던 분이였는데 어떤 계기로 저렇게 어둔해지고 판단력도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어린아이 같이 되셨는지 생각을 하게 되면 측은지심과 연민의 정이 앞섭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본인들은 해결 방법도 없고 모른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자전거를 팔려고 하니 일단 한번 탔으면 중고가격이 되기 때문에 안된답니다. 할아버지의 용돈이 매달 40,000원씩 나오는데 다섯번에 걸쳐서 주면 안되겠냐고 하니 아가씨는 거절을 하더라고 하더군요.일단은 우리 시설에서 먼저 변상해 드리고 나중에 할아버지의 용돈에서 갚아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어쨌든 큰 덩치에 늘 까까봉지를 들고다니는 할아버지! 잡수시는 것도 적당히 잡수셔야지 늘 걷는 것도 위태위태하고 불안한데 잡수시는 걸 조절을 안하시면 어떡해요? 건강하셔야지 자전거 타고 **은행에 가셔서 통장 찍어보는 즐거움을 계속적으로 누리실 거 아니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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