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들은 하셨나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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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4 00:00
기온이 올 들어서 가장 낮아진다는 기상청 예보로 잠을 못이뤘습니다. 어제 그저께 연 이틀을 배추 다듬어서 소금에 절이고 씻어서 오늘 아침에 갖은 양념을 다해 김장김치를 버무려야 되는 중요한 날인데 날씨가 너무 추워진다고 하도 텔레비젼에서 겁을 줘서 정말로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일단은 우리 김장을 다 마친후에야 춥던지 덥던지 상관을 안하겠지만 우리가 김장을 하기도 전에 추위가 몰려오면 우리들은 추워서 어떻게 그 많은 김장을 하겠습니까?
마침 처음으로 김장에 참여한 직원들이 많은데다 몇년째 김장을 해 온 선배들이 허리가 아프도록 일을 오래해야된다고 하면서 거짓말을 해놓은 터라 새로운 직원들도 은근히 겁이 났었다나요.
아무리 추워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설쳤습니다. 경상도 김치는 양념을 무지하게 많이 넣습니다. 찹쌀풀에 멸치젓 갈치젓 새우젓에다가 빨갛고 매운 고추가루를 풀고 갓과 쪽파 청각과 무채와 생강 마늘을 듬뿍 넣은 후 굴과 생새우를 넣어서 버무려 갖은 양념을 다한후에 노란 배추속에 굴섞인 양념을 하나씩 넣어서 먹는 그 맛이 일품입니다.
오늘은 밖에 나오시기를 싫어하던 할머니들까지 우리들이 김장을 하는 휴게실에 나오셔서 구경만 해도 좋으신가 봅니다. 직원들이 굴을 넣어서 하나씩 배추잎을 싸드리자 연신 맛이 좋다고 하시면서 행복해하십니다.
여기에 계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김치를 바로 한 걸 좋아하십니다. 맛이 들어서 익은 김치는 새그럽다(시다)고 하시면서 잡숫지를 않으십니다. 그러면서 방에서 잡수시겠다고 종지에 담아 달라는 할머니도 계십니다. 김치양도 많겠다 어차피 할머니들 잡수시라고 하는 김치길래 인심 팍팍 쓰면서 종지에 담아 드렸습니다.
그 소문이 퍼지자 할머니들마다 비닐봉지에 담아달라는 분도 계시고 일부러 등 뒤에 오셔서 귓속말로 김치모자라니까 주지 말라고 아까워 하는 할머니들도 계십니다.^^
어쨌든 예전에 손수 김장을 담그시던 생각들이 나는지 한마디씩 거드는 것도 잊지 않으시더군요. "나중에 먹는 거는 젓갈을 많이 넣지 말아라" "굴이 많이 들어간 건 제일 먼저 먹어야 된다" "배추가 따악 맞게 절여졌다. 너무 푹 절으면 김치가 질기고 맛이 없다"
우리들의 인생 스승이신 할머니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원래 살림들을 짭짤맛게 하셨던 분들이라 지금은 몸은 쇄약해져 있지만 생활의 지혜는 우리들을 앞서가십니다.
할머니들의 입으로 하는 조언에다가 몸이 빠른 직원들의 손놀림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인해 배추김치와 갓김치 그리고 알타리김치를 먹음직스럽게 담가서 만년 김치냉장고 땅에다가 묻어 놓고 익기만을 고대합니다.
오늘도 양로원의 겨우살이 준비에 참여하신 복 많이 받을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피곤한 몸 따뜻하게 녹이시고 좋은 꿈 많이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