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의심과 질투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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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의심과 질투는 무죄!

성산홍보실 0 5706
쌀쌀한 날씨가 아주 맵습니다. 겨울의 참 맛을 느끼게 할 만큼 대단한 추위가 몰려왔습니다. 어제는 쌩쌩부는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휠체어를 타고 온 싸나이가 있었으니 아~그 이름도 그리운 정태*할아버지! 우리 시설에는 두쌍의 원앙같은 부부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 중의 한 쌍 부부는 정태*할아버지와 김석*할머니십니다. 경북 성주에 새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인생의 황혼을 알콩달콩(?) 살아볼려고 했다가 할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새로 지은 집을 비워두고 시설에 오셔서 처음에는 시골의 자기 집이 그립고 채소 심어놓은 것이 궁금하여 할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주에 다녀오시고는 오시는 길에 직원들에게 미나리나 청경채소등을 갖다 주시는 배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물리치료를 받으시던 할머니는 거동도 못하셨는데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복도를 왔다갔다하시며 할아버지의 사랑과 직원들의 도움으로 병환이 너무 많이 호전되셨습니다. 두분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같았습니다. 할머니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시는 할아버지는 마치 어머니가 자기의 갓난 아이가 넘어질까 쓰러질까 조바심하며 뒤에서 지켜주듯이 모든 촛점이 할머니에게 가 있고 할머니가 귀찮아 할 정도로 운동을 하라며 물리치료실에 모시고 다니고 다리에 힘을 길러야 된다고 복도에서 걸음 연습을 시키시는 것이 하루의 큰 일과중에 일과입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안계시면 식사도 안드시며 기다리고 계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 때문에라도 외출은 짧게 하시고 모든 시간을 두 분이 의지하고 도와주면서 살아가셨습니다. 어떤때는 우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수발해 드릴려면 귀찮지 않으세요?"하고 물어 보면 "저 할마이가 젊어서 고생많이 했다. 이제 병들었는데 내가 돌봐줘야되지 않겠나?" "요즘 젊은 사람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고 좋을 때는 부부고 나쁠때는 이혼하는 것을 보면 아주 못쓰는 세상이라면서 조강지처 버려서 잘 된사람 못봤다"고 하시며 할머니의 고생담을 말씀하십니다. 정말 우리들도 두 노부부의 사랑을 보면 숙연해지고 거룩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할머니의 건강이 안좋아서 할아버지가 늘 헌신적으로 할머니를 보살펴 드렸는데 몇 달 전부터 할아버지가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대수술을 하게 되었고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안계시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늘 할아버지 걱정에 전전긍긍하시더니 드디어 죄없는 똥으로 자기의 마음을 달래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시간마다 직원들이 할머니방에 들어가보면 똥으로 작품을 만들고 똥으로 벽에다 낙서하고 똥으로 문에다 문고리를 만들고 아~ 죄 없는 똥의 수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직원들의 수난시대가 도래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머리를 짜 낸 것이 할머니의 손에다가 큰 벙어리 장갑을 끼워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똥으로 자기의 마음을 달랠 길이 없자 할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 옆방의 할매들하고 눈이 맞아서 어디를 갔나보다." "고년들이 늘 할아버지한테 눈웃음을 치더니 고년들하고 눈이 맞아서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고 의심을 하고 질투를 하더니 어떨때는 웃다가 어떨때는 화를 내며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이 슬픔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들은 일단은 할머니의 마음에 안정이 필요한 것 같기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만나서 안심을 시켜드린 다음에 다시 입원을 해주실 것을 말씀드리자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할머니를 만나러 오신 것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상봉은 눈물없이는 볼 수 없고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한달여만에 만난 두 부부는 서로 얼싸 앉고 울면서 "그동안 잘 있었나"를 시작으로 서로 부둥켜 앉고 울기만 합니다. 상록실의 팀장인 장화숙씨는 그 모습에 눈이퉁퉁 부을 정도로 울고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이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립니다. "내가 얼른 나아서 올테니까 여기에서 밥 잘 먹고 있으시오" "직원들 애 태우지 말고 잘 지내시오" 하면서도 할아버지는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나 봅니다.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넘는 심정으로 할머니를 두고 떠나던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두 노부부의 사랑이 식지 않는 한 할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하여서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할머니의 곁으로 돌아오실 날이 머지 않았겠죠. 어쩌면 꽃 피는 봄이 오면 예전과 같이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어드리면서 성로원 앞마당을 산책하실 날이 꼭 오겠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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