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쁨조
성산홍보실
0
5391
2001.09.20 00:00
고추를 따다가 멍석에 말리는 가을의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지요?
저 고추 말려서 누구를 줄려고 저렇게 힘이 든지도 모르고 억척스럽게 고생들을 하실까?
아마 장가간 아들하고 시집간 딸 줄려고 저렇게 고생을 하시는 거 같네요.
우리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도 많은 분들이 농사를 지었던 분들이 많아요. 허리가 휘도록 밭갈며 농사짓고 아픈허리 끙끙대다가도 자식들 생각에 또 다시 새벽이면 밭으로 달려갔다고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면 나중에 큰 호강을 하실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
.
.
오늘도 우리는 할머니들과의 약속대로 "옛 시골 장터"를 열었습니다. 모아놓은 달란트로 즐거운 시장을 보는 날이지요. 3달에 한번씩 열리는 장터에 여러번 참석들을 해보시고도 노인들은 늘 흥분되고 새삼스러운가 봅니다.
낮부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뽕짝대는 음악을 틀어놓고 바람을 잡은 게 잘못이지요. 점심식사 후에 바로 마당에 모여들기 시작한 할머니들은 달라트를 10장씩 실로 꼭꼭 잡아매서 나중에 계산하기 좋으라고 묶어 놓고 개인마다 다들 장바구니들을 개비했나봐요. 큰 장바구니들을 손에 들고 할머니들은 또 호박죽도 담아갈 조그마한 냄비도 옆에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오늘은 무슨 물품이 나오고 어떤 음식들이 나오냐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중에 콧구멍이 뻥뚫려서 비가오면 빗물이 다 들어갈 정도로 시원스럽게 터널이 뚫린 우리 금조할머니가 어기죽 어기죽 돌아다니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가면서 거짓뿌렁을 늘어놓습니다.
뭐~ 김치냉장고도 팔고 텔레비젼도 팔고 세탁기도 판다면서 달란트 몇장을 모아놨냐고 서로 합해서 사고 나중에 팔아먹자고 하며 뻥을 치면 다른사람들은 다들 농담인줄 알고 웃지만 우리의 3층 치매방에 계신 성순녀할머니는 좋다고 하면서 나중에 다른 건 다 금조할머니가 갖고 자기는 텔레비젼을 하나 사달라고 하면서 동조를 하는 겁니다.^^
아무리 미리 나와 앉았어도 시간이 되야 시장이 서지요. 그동안에 주방에서는 호박범벅을 만들고, 김밥을 싸고, 보쌈김치와 함께 돼지고기두루치기를 양념하고, 장터국수를 삶아내고, 고구마 맛탕과 함께 꼬지 오뎅을 준비하고, 포도 수박 바나나 참외등을 준비하여 모듬음식의 가격을 매기고 사무실에서는 갖가지 공산품에 여러가지 홈패션작품과 가을 옷과 속옷등을 가지가지 산더미처럼 준비를 합니다.
자~ 오후 3시부터는 본격적으로 물품을 진열하기 시작했고 이미 노인들은 마당이 다 차도록 나와서 기다리며 서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를 못합니다. 4시가 땡 되자 원장님의 달란트 시장 개장이 있음을 알림과 동시에 자~일일 판대직원들의 판매가 시작됩니다.
쿵작쿵작 쿵자라 쿵작 한쪽에서는 메들리 song이 이어지고 ~~~~~
준비된 음식에 어느것 부터 잡수셔야 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어르신들과 입이 미어지도록 먹는 직원들~~~
이제는 어느정도 상상이 가지요.^^ 그랬답니다. 그렇고 그랬답니다.
갑자기 웃음이 났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정말 웃겼습니다.
하도 행사가 많아서 힘도 들고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우리들.
그러나 우리의 마음가짐이 헤이해지고 별것이 아니라는 듯한 무감각한 마음이 들까봐 두려웠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노인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 소진되는듯한 마음이 잠깐이라도 들까봐 두려웠습니다.
우리로 인해서 이곳에서 사시는 어르신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게 즐겁다고 말씀을 하신다면 우리는 우리의 소임을 다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기쁨조의 역할도 자원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뽑고 뽑아서 보내주신 하나님의 귀한 일꾼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들 보배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희 직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지치지 않고 늘 사랑과 겸손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정말 잘 섬길 수 있는 하나님께서 인정해주시는 직원들이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