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추억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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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추억의 사진

성산홍보실 0 5413
비가 옵니다. 가을비는 참으로 청승스럽습니다. 설레임도 없고 푸르름도 없고 빛바랜 사진첩같이 슬퍼보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에 추적추적내리는 비는 어울릴듯 어울릴듯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성산회지 가을호를 편집하면서 어르신들의 젊었을 적의 꿈과 모습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인생의 겨울을 맞고 있는 어르신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들도 팽팽한 젊음이 있었고 행복한 순간도 있었을까? 그래서 어르신들의 추억의 사진들을 수집해봤습니다. 그리곤 숙연해졌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젊음의 순간이 있었고 야망에 찬 꿈도 있었고 깨소금볶는 냄새가 날 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에....그리곤 어김없이 늙어졌다는 사실에.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할머니와 공부를 많이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으셨다던 할머니, 사업을 크게 해서 식구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던 할아버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을 키우며 온 가족이 오손도손 함께 살았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는 어르신들. 가장 나쁜 기억으로는 부모를 앞세우고 간 자녀들의 죽음과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해 막막하게 아이들을 키울때였다고 회상하는 어르신들. 그 슬픔이 가슴속에 큰 상처로 남아있는 분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 얘기를 할때면 어김없이 주책없는 눈물이 흐른다고 하십니다. 빛바랜 추억의 사진첩에는.... 젊은 새댁들의 수줍은 모습과 어린 자녀를 앉고있는 젊은 엄마의 모습, 지금의 자기만큼 늙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효부상을 타던 새댁의 모습과 미국 선교사에게 글을 배우며 신여성으로 날리던 때의 젊은 시절의 모습, 영화배우 뺨치는 아름다움으로 영화배우인줄 착각할 만큼 이뻤던 할머니의 요염한 모습, 머리숱이 주체할만큼 많았던 젊은 청년의 모습, 머리에 쪽을 지고 한복을 곱게 입고 서있는 시골 아낙의 모습...... 그들도 분명 젊은 시절이 카메라 렌즈에 잡혀있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젊음이 사진으로 증명을 해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40년 50년 후....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있었구요. . . . 비가 옵니다. 가을비는 참으로 청승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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