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지역어르신초청 민속장기대회 스케치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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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9 00:00
장이야! 멍이야!
어르신들은 아침마다 어디서 긴 하루를 보낼 것인가를 걱정하며 집을 나섭니다. 10월은 경로의 달이라 어르신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달입니다.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장기자랑 대회와 푸짐한 먹거리가 마련되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아침마다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10월 18일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어르신들은 우리 시설로 발길을 돌립니다. 왜냐구요? 우리 시설에서 "제3회 지역어르신 초청 민속장기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죠. 지난 몇 년간 윷놀이 대회, 경로잔치 등 지역어르신들을 위한 행사에 참석해 본 어르신들은 우리 시설에서 행사가 있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오십니다.
개회식은 10시에 시작되지만 8시가 조금 넘자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몰려듭니다. 자리 없을까봐 일찍 나섰다는 할머니는 경로잔치로 착각하신 게 분명합니다. 미리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서둘러 오신 할아버지들도 계시고, 친구따라 장에 간다고 덩달아 오신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시는 광경을 보니 흐뭇하기 그지 없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따끈한 차와 행운번호가 적힌 순서지가 동날 즈음, 개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항상 우리 시설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시는 황대현 달서구청장님과 김인호 달서구 의원, 그리고 한재열 진천동장님이 참석하셔서 축하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참가선수들의 면면을 훑어보니 달성공원, 두류공원, 노인복지관, 각 경로당, 다른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내노라 하는 실력파들이 대거 참석하셨습니다. 대회를 3년째 개최하다보니 저희들도 프로 해설가처럼 어떤 분이 8강까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지요. 출전선수들이 지난해보다 50% 증가하여 예선전이 4개조로 나뉘어 휴게실과 강당에서 동시에 펼쳐졌습니다. 어르신들의 연세도 편차가 커 65세와 90세가 맞붙는 불행한(?)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1,2조는 73세 이하, 3,4조는 그 이상으로 나누어 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르신들도 규칙을 엄수하고 질서정연하게 경기에 임하시어 대회가 날로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대구지방경찰청 112봉사대가 자원봉사로 대회진행을 도와주어 우리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구경오신 할머니들은 점심을 드시고 더 나올게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댁으로 발길을 돌리려 합니다. 그 순간! 마당에서는 살미들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악한마당이 펼쳐지고, 이어 112봉사대의 트롯트 공연이 발길을 붙듭니다. 젊은이들이 어쩜 그렇게 옛날 노래를 잘 부르는지 어르신들은 잔디밭을 무도회장 삼아 발바닥을 비비십니다. 더욱 신이난 사람들은 직원들과 자원봉사를 오신 주부님들, 학생들이었습니다. 젊은 총각의 화끈한 무대매너와 노래솜씨에 홀딱 반한 것이었습니다. 나훈아 콘서트가 왜 지금까지도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16강이 가려지자 대회의 열기는 점점 달구어 집니다. 애석하게 탈락하신 어르신들은 아차 했던 순간을 후회하며 다음 대회를 위해 고수들의 대결을 목이 빠져라 관전하십니다. 8강에 오른 어르신들의 면면을 보니 새로운 강자와 우승 예상자들이 반반씩 섞여 있습니다. 다만 16강까지 승승장구했던 우리 시설어르신들과 타 양로원 어르신들이 전멸하여 다소 아쉬웠습니다. 또 하반신불구의 장애로 부인과 함께 멀리 동구 신천동에서 오시어 16강까지 진출하신 이동대 할아버지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예상대로 4강은 2전3기에 도전하는 최종식, 성득기 할아버지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구민회, 김영호 할아버지가 올랐고, 결승전은 최종식 할아버지와 성득기 할아버지의 한풀이 한판 대결로 압축되었습니다. 결승전답게 두 어르신의 한 수 한 수는 그야말로 구경 어르신들에게 "한수지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은 점수계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최종식 할아버지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오전부터 6시간 이상 계속된 경기로 성득기 할아버지는 10살의 연령차이에서 오는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신 게 분명합니다. 아무튼 흥겹고 열띤 대회가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대구전지역에서 참석해주신 모든 어르신들과 본동복지관, 달서구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 주부님들, 112봉사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대회가 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노인복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