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야! 내가 왔다.(첫쨋날 이야기)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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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0 00:00
김해공항을 향해 가는 관광버스 안은 폭풍전야 같았습니다. 새벽잠을 설치신 어르신들도 차창 밖을 내다 보시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유채꽃을 상상하시는 듯했고, 처음 만나신 어르신들은 옆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시며 얼굴익히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를 처음 타시는 어르신들은 초조함과 걱정스러운 빛이 역력하신 얼굴이십니다. 사탕을 드시면 귀도 안막히고 좋다니 일제히 저희가 나눠준 간식봉지에서 사탕을 꺼내 무시고 행여 다른 비행기를 탈까 우리 직원들의 꽁무니를 열심히 쫓아 다니십니다. 어르신들께서 좌석을 찾지 못하시고,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는지 몰라 하마터면 비행기가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할 정도로 스튜어디스들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비행기에서 내리시면서 행여 잃어버릴까 꼭 쥐고 계시던 좌석표를 돌려주어 스튜어디스를 웃게 만드셨습니다.
드뎌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도! 어르신들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여행을 시작하는 기쁨을 차안 가득히 토해놓으시며 흥을 내십니다. 첫번째로 도착한 관광지 용두암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멋진 포즈로 사진을 한컷 박고(제주도에서는 일상어랍니다) 보니 야릇한(?) 커플 발견! 언제 눈이 맞았는지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쑥쓰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오시는 날까지 꼭 붙어 다니시며 다른 어르신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았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새벽 5시에 아침을 드셔서 배가 등가죽에 붙어버린 어르신들은 해물된장 뚝배기에 밥을 두그릇씩 드시는 바람에 식당 주인의 애간장을 녹였습니다. 오후에는 한라산과 목석원 산굼부리를 돌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시며 연신 감탄사와 함께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 하셨습니다.
언제 직원들의 눈을 피해 약주를 잡숫셨는지 할아버지 한분은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버스 안에서 흥을 돋우시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식사도 청년들 못지않게 드시고 피곤하신 줄도 모르고 밤새 방마다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