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야! 잘 있거라(셋째 날 이야기)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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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1 00:00
셋째 날!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가득 한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어르신들은 행여 빠진 틀니라도 없는지 꼼꼼히 짐을 꾸려 버스에 오릅니다. 마지막날 관광은 성산일출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주도 여행이 발표되자마자 연일 사무실 앞에서 사탕로비를 벌렸던 이경호 할머니는 엉금엉금 걸음걸이로 일출봉 정복에 나서시면서 집에 돌아가거든 원장님께 자신이 일등은 아니지만 중간정도는 가는 실력으로 잘 쫓아다녔다고 일러달라십니다. 그러나 연세도 연세지만 사흘동안 여행에 지친 어르신들은 일출봉에 오르지 못하고 중턱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진 한 장에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제주민속촌에서는 기차를 타고 넓은 민속촌을 한바퀴 휘익 돌고 성읍마을에 들려 비바리의 구수한 사투리에 허허실실하시다가 골다공증에 좋다는 말뼈가루를 몇 통씩 사시고, 제주도 여행간다고 용돈 챙겨준 딸네들 건강 생각하여 오미자차도 한 통 비닐봉지에 담아서 탐라다새기(제주도 똥돼지)고기 마련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사용으로 제공되는 약간의 고기는 어르신들의 물오른 식욕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내 바닥이 납니다. 어쩔거나! 애라 모르겠다. 돈은 돈이고 먹고 보자! 추가로 20분을 더 주문하고, 내친김에 조껍데기(발음주의!) 막걸리도 한 통씩 쭈욱 돌리니 제주도 나들이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바쁜 여행에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셨다는 어르신들의 아우성에 공항으로 오는 길에 농산물시장에 들러 파인애플도 한 박스 사고 나니 화룡점정이 마무리! 공항에 도착해서 어르신들의 면면을 훑어보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입니다. 제주도 여행의 아쉬움을 아는지 비행기는 제주도 구경 더하라고 한시간 지연! 공항대합실에서 자리피고 누우신 어르신, 선물꾸러미 보고 또 보시는 어르신, 비행기표 잃을까 손에 꼭 쥐고 방황하는 어르신, 제각각 지난 2박 3일을 나름대로 정리하십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김경수 할아버지와 오규하 할아버지는 꼬불쳐 둔 한라산소주 한병을 화장실에서 사이좋게 나눠 드시고 입 꾹 닫고 계십니다.
김해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은 춤이라도 실컷 춰서 아쉬움을 달래려는 어르신들과 피곤해 지쳐 곤히 잠드신 어르신들이 반반입니다. 주황산 삼계탕으로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시는 할머니와 사시던 곳 정리하고 성로원에 오시겠다는 할머니와 사진 꼭 보내달라는 할아버지와 일일이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는 데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찡해 옴을 느낍니다. 재가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댁으로 무사히 모셔드리고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박 4일 동안 함께 한 재가 어르신들께서 우리 양로원에서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며 입소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여쭤보셨습니다. 당신들께서 양로원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 놓으셨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성로원에 와서야 생전 처음 비행기도 타고 제주도도 다녀오게 되었다며 고마워 하셨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지난 사흘동안 즐거웠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다음 번에는 하와이라도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