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와 공주의 도토리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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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와 공주의 도토리 키재기

성산홍보실 0 6443
새 봄을 맞아 오래간만에 할머니들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들은 이경호(72세)할머니와 김복연(85세)할머니랍니다. 얼굴은 두 분다 우리 시설에서 두 번째라고 하면 서러워할 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깔끔쟁이이며 음....성격은?... 아주좋게 말하면 개성파. 정직하게 말하면 별난쟁이.*^^* 두 분은 같은 방에서 생활하시는데 사이가 많이 안 좋습니다. 서로 지지않으려고 하고 자존심도 무지하게 세고 마음에 아픈 상처들이 많은 분들입니다. 이할머니는 아들 하나를 낳아서 키우다가 몇 년전에 아들이 병으로 사망하고 나서 자신도 오른쪽 고관절수술을 했으며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셨던 분입니다. 아들이 죽자 떠나버린 며느리와 손자들 걱정에 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얼굴에 기쁨이 없습니다. 시설에서 열리는 달란트시장이 있는 날이면 베낭을 메고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가지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서 모으고 시설에서 받은 옷이나 간식등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오지 않는 손자들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십니다. 할머니에게 키 이야기는 그분의 아킬레스건으로 키가 작다라는 뜻으로 꼬맹이라는 말이라도 들으시면 완전히 넘어가십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꼬마라는 말로서 누구랑 싸우다가도 꼬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을 잃고 "네가 내 키 작은데 뭐 보태준거 있냐"고 하시면서 목소리를 높이면 원이 쩌렁쩌렁 울리며 "흥! 키가 작으면 목소리도 작을까봐!"하시면서 키와 목소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학설(?)을 뒷받침해주는 데 일조를 하면서 확실하게 증명을 해 보입니다. 김할머니도 자녀가 둘이 있었지만 어려서 잃었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셨답니다. 깔끔하고 고운 외모로 아직도 옷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지역사회에서 별명을 공주라고 붙여줘서 이곳에서도 우리 직원들이 공주라고 부르는 할머니십니다. 어리광이 심하고 뭐든지 언제나 어지럽다고 하며 "난 못해" "난 예전에 우리 영감이 잘 해줘서 손에 물 하나 안 묻히고 살았다"고 말씀을 하시며 공주병 증세를 여지없이 드러내십니다. 그러면 다른 어르신들은 "또 뻥친다"고 하면서 그 말에 콧방귀도 안뀌며 "공주야 시끄럽다. 예전에 집에 금송아지 한 마리 없었던 사람이 어디 있냐?"하면서 도통 공주할머니의 말을 믿어주지를 않습니다. 우리들의 생각에는 서로 어려운 형편이고 같은 아픔이 있는 분들이기에 이해가 더 잘되고 말도 잘 통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두 분은 완전히 적개심을 가지고 싸움을 자주하십니다. 너무 싸움을 자주 해서 방을 바꿔드릴려고 해도 두 분은 똑같이 그 방에 계시기를 원해서 바꾸지도 못하고 일명 "적과의 동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두 분은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간호실로 가서 간호사를 불러다주고 자기가 먹던 약까지도 사이좋게 나눠 먹을려는(?) 잘못된 열성까지 보이고 있답니다. 도대체 이건 무슨 관계입니까 ? 가장 미워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애증의 관계가 아닐까요? 싸움이 끝났다가도 공주할머니의 비위가 틀려지면 또 "꼬마야" "경호야"라는 말로 경호할머니의 속을 뒤집어 놓으면서 또 다시 싸움은 시작되지요. 그렇다면 경호할머니를 꼬마라고 부르는 공주할머니는 키가 클까요? 공주할머니의 키는 경호할머니의 키보다 딱 2센티미터 크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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