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의 추석은 왜 이리 쓸쓸한지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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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12 00:00
한가위는 잘 보내고들 있는지요?
쟁반같은 둥근달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지 실망을 안겨주는 밤입니다. 밖에는 주룩주룩 비가 옵니다.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마음에도 오늘은 비가 옵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찾아갈 데 없는 노인들은 계속 문 밖만 하염없이 쳐다보던 날입니다.혹시 누가 찾아줄까? 피붙이도 아닌 사돈의 팔촌이라도 혹시 이 날은 찾아줄까 기대감과 실망감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서러워 하던 한가위입니다.
남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만 우리 많은 어르신들은 이런 명절을 더 싫어 하십니다. 더 가족이 생각나고 지나온 날이 생각이 나서 회한에 차는 날 명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고독감과 외로움의 극치를 이루는 날 명절입니다.
엄할아버지와 오할아버지가 더 술을 많이 드시며 주정하고 우는 날 명절입니다.
김경수 할아버지가 대문밖에서 더 멀거니 서 있는 날 명절입니다.
가족이 계신 분들은 추석 차례를 지낸다고 모셔가거나 차례를 마치고 가족들이 음식들을 싸와서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며 모처럼 가족간의 우애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많은 어르신들은 양로원에서 차려준 추석 음식만 가지고는 그 마음속의 외로움을 조금도 위로 받지 못하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마음을 둘 곳을 잊으셨습니다.
그분들을 보는 우리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저 같이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까봐 아무곳도 가지않고 그들과 있었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채워주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뻥뚫린 마음은 우리들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늘 말을 잊었습니다. 서로에게도 말도 없이 멍하니 문밖만 쳐다 보며 오지 않는 마음속의 그 누구를 그저 막연히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