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어디가슈?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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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22 00:00
오늘은 좋은 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입니다.
어제 요양원의 김영순할머니는 오산에 있는 딸이 집으로 가시자고 모시러 와도 내일 시설에 달란트시장이 열려서 갈 수가 없다고 거절을 했답니다.
그정도로 어르신들은 이날을 기다리시고 시설의 행사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시며 즐거워 하십니다.
그정도로 기다리시니 이런 특별한 날을 우리들이 그냥 넘기겠습니까? 할머니들을 위해서 사는 인생들인지라 이런 날은 무조건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장만에서부터 물건 하나하나를 달란트의 숫자와 어느정도 맞도록 계산을 해서 붙여놓고 식당에서는 음식만드느라고 분주하고 사무실에서는 여러가지 물품준비로 아주 바쁘게 부산을 떨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오후4시가 되기만을 눈이빠지게 기다리고 드뎌4시에 쌈박한 안내방송이 나갔습니다."할머니 할아버지 강당으로 모이세요. 달란트 먹거리시장이 열립니다."라는 방송이 나가자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서로 앞을 다투며 마구 뛰어가십니다.
아니 그런데 할머니들 손에는 비닐봉지, 종이가방등 물품을 사가지고 들고 올 수 있도록 미리 만반의 준비들을 해가지고 오시는 건 좋은데 또 어떤 할머니들은 조그만 냄비까지 들고 오시는게 아닌가? 아~ 생각을 해보니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찹쌀수제비를 담아오실려는 마음인가보다 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직원들이 한아름 쌓아논 생활용품과 내복 이불 화장품등과 블라우스 양말등 어르신들이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물품들을 열나게 팔고 있고 할머니들은 10장씩 실로 묶어놓은 달란트를 계산하느라고 정신이 없이 무슨 돗대기시장처럼 자기들이 원하는 물품을 사느라고 정말 동대문시장을 방불케합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에게 가장 웃음을 주는 장면은 이경호할머니가 배낭을 메고나와서 곳곳을 누비며 물건을 사서 가방에 넣는 장면은 오늘의 압권이었습니다.
키가 아주 작아서 자칫하면 다른분의 뒤에 파묻혀서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할머니가 꾀를 쓴것이 배낭을 메고 여기저기 홀가분하게 헤치고 다니며 제일 좋은 이불사고 휴지 비누등 사고싶은 것은 입맛대로 사시는 겁니다.
김소권할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딸을 오라고 해서 물품을 구입하고 김복연할머니는 자기의 동생을 오라고 해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마음은 애가탑니다. 그러면 우리가 누굽니까? 그 분들의 마음을 훤히 아는 우리인지라 한사람씩 붙어서 그분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도록 돕는 봉사정신(?)이 아주 투철한 저희들이 아닙니까?
마구 사다드렸습니다. 어떤건 공짜로 얻어다가도 드렸습니다.그 분들의 마음에 흡족하도록 열심히 사다 날랐습니다.
그런다음 물건판매가 끝난후에 맛있는 모듬음식을 먹는 즐거움이란?
김밥 떡볶이 군만두 돼지고기편육 찹쌀수제비 꼬지오뎅 사과 배등....
정말 맛도 끝내주고 기분도 끝내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싱글벙글하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보람에 차서 한마디씩 합니다.
"오늘은 좋은날. 기분 좋은 날. 외국인도 한마디 oh! happy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