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아있다는 자체가 언제나 특별한 날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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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1 00:00
어느틈에 가을이 깊어가더니 마당의 은행잎도 하나 둘 떨어지고 담쟁이 넝쿨에는 단풍까지 드는 모습이 아름답기도하고 계절의 쓸쓸함을 실감나게 합니다.
몇일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멋있는 가을 옷을 사다드렸습니다. 할머니들은 아주 고운 앙상블과 블라우스 그리고 멋진 바지를, 할아버지들에게는 고급남방과 가디건.그리곤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츄리닝을 한벌씩 사다드리니 어르신들은 어린아이같이 좋아하시며 싱글벙글입니다.
서로 좋아하는 취향대로 색갈을 고르시며 이걸 골랐다 저걸 골랐다 난리도 아닙니다. 나누어주는 직원에게 어떤게 좋으냐고 조언을 얻고자 하는 어른도 있고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다른 사람이 고른걸 악착같이 갖을려고 싱갱이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취향은 언제나 자기들이 입었던 틀에 박힌 스타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십니다.너무 칙칙하고 원조(?) 할머니들의 옷만 입으시는데 이제는 고르는사람의 취향대로 색깔도 밝고 고운걸 자꾸만 사다드립니다. 그래서 어르신들도 이제는 어느정도 저희와 취향이 같아지고 젊어지고 과감해지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다드리면 뭐합니까?
아끼느라고....
특별한 날 입을려고....
이런 저런 핑계로 언제나 장롱에다가 보물숨기듯 숨기시고 아끼기만 합니다.
뭐든지 아까워서 제대로 입지도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아끼십니다.
보는 저희들의 마음을 속타게 만들고 어떨때는 화도 납니다.
제발 아끼지 말라고....
언제 돌아가실 지 모르는데....
살 날 보다 이제 하늘나라 가실 날이 더 가까워오는데 아껴서 뭐하냐고 제발 잘 입고 잘 잡숫고 아끼지 말라고 우리가 성화를 부립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특별한 날 입으실려고 아끼지 마세요. 오늘도 살아계신 자체가 특별한 거예요. 언제나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니까 옷도 사다드리면 바로바로 입으세요! 왜냐면 오늘의 삶도 아주 아주 특별한 거니까요!!!"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