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지역노인과 함께하는 민속장기대회를 마치고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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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9 00:00
올해 92세 되신 할아버지의 의연함과 70이 넘으신 할아버지의 두 눈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시설에서 꾸준히 준비해오던 제2회 지역노인초청 민속장기대회가 많은 노인들의 호응으로 마침내 오늘 성대하게 치루어 졌습니다. 날씨마저 쾌청하여 어르신들이 장기를 즐기시기에 딱 좋은 그런 좋은 날이었습니다. 원장님의 개회사와 구청장님을 비롯한 내빈들의 간단한 축사에 이어 각조 24명씩 4개조로 나뉘어 대진추첨 후 조별예선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아쉬움이 교차하며 비장한 각오와 긴장감 마져 감도는 대회장 분위기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24강을 가려내고는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점심식사를 대접해 드렸습니다. 마당에서는 사물놀이패가 쉼도 없이 징과 장구를 울려대며 흥을 돋우고 오며가며 들른 구경꾼 할머니들도 어절씨구!
이제 8강전! 훈수꾼 절대 출입금지!! 고심, 고뇌 그리고 고독함이 엿보였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손에 쥔 장기알을 한수한수 옮길 때마다 심리전도 한몫하더군요. 처음에는 허허하면서 마치 승부에는 별관심없다는 듯한 태도에서 돌연 승부욕으로 바뀌는 순간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때로는 기침소리로 때로는 함께 온 응원부대의 도움으로 상대를 압박하려는 작전도 엿보입니다.
특히 올해 92살로 깔끔하게 생기신 노상빈 할아버지의 대국 모습은 참으로 의연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신 우리의 노할아버지는 비록 16강전에서 탈락하셨지만 흐트러짐 하나없는 꿋꿋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곁에서 지켜보는 모든사람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우리도 그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특별상을 준비하여 축하해 드렸습니다. 이제 그야말로 피말리는 경기 끝에 준결승까지 치루는 동안 많은 노인들이 자리를 뜨지않고 오늘의 결승대국에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대국에 앞서 신상만(75세) 할아버지께 소감을 물으니 우리의 할아버지께서는 「이 부족한 사람이 오늘 이 좋은 자리에 초대받고 게다가 이렇게 결승전 까지 오르니 참으로 …」하시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순간 장내는 돌연 숙연해 졌습니다.
아, 노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과 그 분들을 위한 놀이문화가 어느때보다 시급함을 다시 한 번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분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저분들에게 삶의 낙을 제공하며 위안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뜨거운 접전 끝에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신상만 할아버지가 이번 대회의 우승자로 결정되는 순간 모두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시상에 앞서 치뤄진 행운권 추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입니다.
지난밤에 꿈자리도 좋와라 선물을 받아들고 어린아이 처럼 그저 함박웃음을 웃으시는 어른들. 이렇게 날이 저물도록 오늘 저희 시설을 찾아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저 세상시름 다잊고 잠시나마 즐거운 하루를 보내셨다니 저희들이 참으로 송구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수고많았다는 성원의 말씀도 빼놓지 않고 두손을 꼭 잡으시는 어르신들… 내년을 기약하며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끝으로 오늘 대회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자원봉사로 수고해주신 대구미래대학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