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불이 났어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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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2 00:00
가끔 오작동으로만 울렸던 수신기의 사이렌소리가 아닙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불! 불이 났어요!
언젠가도 글을 쓴적이 있다. 노인들과 사는 우리들의 귀는 무척 발달되 있고 어떤 감이 빠르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고 어떤 돌발사고를 늘 예감하듯이 긴장된 상태를 나도 모르게 유지하고 있다고...그리고 새벽이나 밤에 울리는 인터폰은 언제나 불길하다고...
늦은 잠을 자기위해 잠자리에 든 지 얼마나 흘렀을까? 새벽1시20분쯤이었다.
밖에서 "원장님!불이났어요!"하는 공익요원 심재완상병의 소리가 난데 없이 들리는데 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에 바로 밖으로 뛰어 나왔다. 무슨 훈련이 잘된 소방관도 이것보다 빠를까....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1층에서 불길이 솟고 있었다. 우리 간호사가 기거하는 직원방인데 .....일단은 119에 연락을 취하고 원장님과 심상병은 소화기로 화점을 향해 정신없이 분말소화기를 쏘아대고 나는 방송을 통하여 2층에 계신 할아버지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방송을 하는데 어쩜 이리도 떨리고 정신이 없던지...
이건 실전이었다. 늘 예행연습처럼 각본을 짜놓고 인근의 소방서 소방관들과도 여러차례 연습을 했었지만 이 한 밤에 차단기가 내려간 깜깜한 밤에 일어난 실제의 화재에서는 어쩌면 이리도 당황스럽고 대처하기가 어렵던지...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한후 야간근무자 및 몇몇 직원과 우리가 대처하기란 너무나 힘이들었고 소방차의 출동도 왜 이리 더디기만 할까?
더군다나 2층은 벌써 연기로 가득차서 할아버지들의 질식이 너무나 걱정이되었다. 다행히 할아버지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던 것에 한시름을 놓고 소방차가 왔을때는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어느정도 한 이후였다.
소방관들이 도착하여 완전 진화를 한 후에 보니 직원방에 있던 낡은 텔레비젼이 과열이 되서 일어난 화재였다. 아마 여직원이 TV를 켜놓고 자다가 과열이 되서 불이 나자 그때까지 잠을 안자고 컴퓨터를 하던 심상병이 밖을 나와보니 직원방에서 불길이 창문을 통하여 나오는 걸 보고 바로 직원방의 창문을 깨고 직원을 깨웠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알렸던 것이다.
휴! 정말 인명사고 없이 그 정도에서 불이 꺼졌으니 다행이었지 정말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다.
이런 일을 통해서도 다시한번 느껴지는게 정말 이런 노약자시설에서의 화재는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소방훈련을 잘 한다해도 실제로 시설생활자들은 불이 났을 경우 자기 의지로 대피하기도 어렵고 우왕좌왕하다가 큰 일을 당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난리가 나서 소방차가 오고 밖에서는 화재로 인한 위급상황인데도 그것도 모르고 꿈나라에서 헤매던 많은 노인들을 보며 정말 어떻게! 어떻게! 하는 말밖에는 나오지를 않는다. 그정도로 그들은 상황 판단도 흐리고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는 정말로 아니올시다다.
또 다시 두려움에 쌓인다. 그러나 은밀하게 들려주는 소리가 있어 위로가 된다.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시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