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ong 빨래여 안녕 ~!!!!!!!!!!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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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7.07 00:00
오늘은 몇일동안의 폭염에 비해 조금은 시원한 바람도 부는거 같습니다.제가 또 날씨 얘기를 하니까 할 말이 어지간히도 없어서 종일 날씨와 기온 얘기만 하나보다 이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여름에 "덥다" 라는 말과 "아이구 어느집 개가 참으로 토실토실 살쪘다(?)" 라는 말이 주로 talking 의 주 메뉴 아닙니까?
저희시설은 오늘 8년동안이나 우리 시설에 세탁부로 오셔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빨래를 헌신적으로 해주셨던 고옥녀씨의 퇴직이 있었습니다. 8년간이나 어르신들의 때묻은 빨래를 뽀얗게 빨아드리며 울고 웃으며 지내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갈것 같군요.
빨래면 그냥 빨래냐? 아닙니다. 이거는 누구나 보면 고개를 홱 돌리고 코를 콱 막고 입을 꾹 다무는 ddong 빨래입니다.혹시 역겨움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든 노인들이 저질러 놓은 이불에 묻은 똥, 기저귀에 묻은 똥, 겉옷빨래, 속옷빨래등 산더미 같이 많은 빨래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세탁해서 하얗고 윤나게 말려 예쁘게 접어서 방마다 갖다 드리는 고옥녀씨의 손은 정말 사랑의 손이였고 변화의 손이였고 헌신의 손이였습니다.
일도 무지하게 힘든데 더 힘이든건 그 수많은 빨래중에 자기 빨래가 없어졌다고 쫓아다니면서 "옷을 못찾으면 값을 물어내라" "네가 훔쳐갔지?" "내 와이셔츠는 따로 빨아라" "이 빨래는 색깔이 변했으니 똑같은 걸로 사다줘야된다"는둥 까다로운 어르신들의 투정아닌 투정으로 맘이 약한 고옥녀씨는 울기도 숱하게 울었습니다.
그러면 고옥녀씨가 빨아논 빨래를 그대로만 두면 이런 일이 전혀 없는데 이거는 할머니들이 남의 빨래를 걷어다가는 자기 사물함에 집어 넣고 시치미를 뚝 떼는데 이게 정말 속상하는 겁니다. 무슨 심뽀인지는 몰라도 왜 남의 빨래들을 다 자기것인냥 가지고 가시는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옥상에서 남의 빨래를 배에 잔뜩 넣어가지고 오시다가 직원들과 티각태각, 어떤 분은 마르지도 않은 젖은 빨래를 자기것인줄 알았다며 걷어오다가 티각태각,어떤 분은 전에 내빨래를 잃어버렸으니 나도 남의 것을 가지고 간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티각태각.... 정말 빨래에 얽힌 사연 무지하게 많습니다.
이런 날은 우리 고옥녀씨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엄청스럽게 당하는 날입니다.
그래도 정말로 착했던 고옥녀씨는 남들이 다 마다하고 하기 싫어하는 그 무수한 양의 노인들의 빨래를 정말 헌신적으로 8년이란 세월을 빨며 그 노인들의 한과 눈물도 함께 빨아주며 투정을 다 받아주고 자기의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오늘 정들었던 우리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떠나가는 고옥녀씨를 보며 저희들 모두는 눈물로써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했답니다.
고옥녀씨! 그동안 정말 정말 고마웠구요.
은혜의 주님이 그 수고 다 갚아주시기를 기도할께요. 정말로 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