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내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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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뻐!”
배식을 끝내고 전날 나이트 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이 다시 살아나 후다닥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냅다 뛰어 도착했다. 벌써 반 이상의 선생님들이 앉아서 재잘대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비어있는 자리를 잡은 곳이 가운데 자리였고, 나는 (올때 피할 수 없는 중앙통로팀) 떠밀리듯이 앉아 버렸다.
“안온 사람 손들어~ 다 왔지? 그럼 출발!"
늦은 가을인데 햇살은 따사로웠다.
배낭에 들어있는 간식거리를 꺼내어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마치 그 옛날의 가을날의 시장 인듯한 물물 교환의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밤, 땅콩, 귤, 감, 사과 등이 왔다갔다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산속에 무궁무진 한 것이 숨겨져있다는 내장산으로 가기로 했다. 단풍구경 간다는 소리에 가슴이 물들어 붉어져 쿵쿵 소리를 내며 설레였다. 신입선생님도 입담 좋은 짝꿍을 만나 매우 흡족한 표정이였다.
이래저래 이야깃거리에 어느새 내장산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작지만 색깔이 진한 애기단풍과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등반대회의 일정은 내장산의 백련암, 일주문 방면이였는데
운전기사의 착각으로 내장산의 백양사 가는 길목에 내려준 것이다. 어찌하리!!
이미 내렸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백양사에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백양사는 염불을 하면 흰 양이 몰려왔다하여 그리불렀다고 한다. 백양사에는 쌍계루, 징검다리, 극락교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사진작가들의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마침 감축제 기간이였다. 감을 장식해서 하트모양으로 만든 곳에서 한 컷 찍고 올라가면서 감뿐만 아니라 여러 행사 제품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강변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서 물에 비친 단풍이 예뻐서 잡으려고 헛손질도 해보았다. 늘어진 가지에서는 마치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연못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비경을 자아냈다. 보이는 경치마다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연신 카메라로 눌러댔다. 자연이 주는 이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정신없이 감탄하고 포즈잡고 하다보니 출출해서 백양사 근처 냇가에 자리를 잡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컨디션이 저조한 선생님들은 남고 다시 능선 사거리까지 산행하기로 했다. 헉헉대고 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포장된 길이라 다리가 아파왔다. 흙길이였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중간중간 땀나면 쉬면서 바람이 씻겨주고 그런 기분은 좋았다. 능선 사거리까지 올라온 선생님들은 인증샷 한번 해주고 시간을 너무 지체한 관계로 하산하기로 했다. 선생님들마다 내려오면서 호박고구마, 단감을 사서 몸과 같이 버스에 올라 담양으로 향했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어 이미 말해놓은 대나무 박물관 근처 식당에서 대나무 통밥과 떡갈비와 죽순으로 만든 요리를 먹었다. 구경하느라 지쳐 노곤한 몸과 파이팅을 위해 마신 음료때문인지 선생님들의 얼굴은 마치 오늘 본 단풍을 함뿍 담은 얼굴들이었다. 대나무 박물관 관람 시간이 지난터라 실내 구경은 못하고 여러종이 심어져 있는 대나무 산책로를 구경하고 죽세품 판매점에서 저마다 한 가지씩 대나무 제품을 샀다. 애들 머리 맑아지라고 편백나무 베게, 혼자서 긁을 수 있는 효자손, 나이트 근무때 남편이 안고 자라고 죽부인("얼굴 복사해서 붙여줘라" 하하호호) 가지수도 많았다. 어딜가도 티나는 주부고 엄마들이다. 물건들은 꽁꽁 포장해서 챙겨들고 종착지인 대구로 향해 다시 버스로 올라탔다.
버스안은 이미 남국장님의 각설이 모금이 시작됐다. 남국장님의 두 주째 이어지는 아다다 추임새에 맞춰 아주 현란하고 뜨거워 땀나는 중앙통로 무대가 펼쳐졌다. 물리치료? 가 끝나갈때쯤 모금한 돈으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갈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상쾌한 기분을 안은 채 무사히 대구에 도착했다.
이번여행 어떠셨나요 선생님들?
아주 좋은 여행 되셨나요?
오늘 단풍여행이 추억이 되어 고왔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샘노인요양센터 요양보호사 정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