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말. 말. 말
성산홍보실
0
5247
2002.05.17 00:00
요즘 봄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내리는 봄비는
정신이 맑지 못한 어르신들로 하여금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제공합니다.
아침부터 박흥*할머니가 사무실에 오셔서는 자기방에 멍멍짓는 개가 있는데 자꾸만 가라고 해도 안간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흥분을 하십니다.
"이상하다. 그 방에 강아지가 있을턱이 없는데..."하며 무슨 말씀인가 하고 할머니 방에 가보니 "아뿔싸!" 당신방에 있는 검은 전화기를 보면서 전화기는 개라고 하고 전화줄을 보고는 개 꼬리라고 하면서 전화가 오는 소리를 개가 짖는다고 하며 전화통을 보면서 야단을 치고 나가라고 때리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상록실의 강희*할머니는 어쩌구요.
언제나 할머니 고유의 버젼 18번이 있습니다.
"아주매요~ 나는 우짤까요?"
보는 사람한테 마다 늘 물어보는 소립니다. 사람도 안쳐다보고 눈을 아래로 싸악 깔고 낮은 톤으로 말하는 할머니는 아가씨고 아줌마고 없습니다. 무조건 아줌마로 통일해서 고유의 높고 낮음의 톤을 섞어서 말하는데 참으려고 애를 써도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 톤을 흉내내려고 요즘 우리 직원들끼리 listening을 잘해서 가장 근접하게 따라하는 직원은 커피한잔씩을 얻어먹는 재미도 있답니다.
몇일전 어버이날에는 할머니의 아들이 잠깐 다녀갔습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이 궁금해서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할머니! 아까 아드님이 왔다가던데 아드님은 몇살이예요?"
"(언제나 처럼 낮은 소리로) 아~우리 아들 나이는 내 나이보다 조금 적십니더" *^^* (그렇겠죠^^. 아들 나이가 엄마보다는 적겠죠^^)
직원들이 목욕시켜드리거나 옷갈아 입혀드릴때, 늘 욕하고 꼬집고 침을 뱉어서 유명해진 김복* 할머니!
가족의 방문이 몇년 동안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두 딸이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 방으로 모시고 가서는 "할머니! 반가운 손님이 오셨네요. 따님 두분이 오셨어요!"
"지랄하네. 딸이 오면 어쩌라구?" #$@$%#@&*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옆에서 보는 딸들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3층 치매방의 희망실에서 뭐든지 다 자기꺼라고 눈에 보이는 대로 배안에다 감추고 우기기를 잘하는 뚱뚱한 김영*할머니.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는 50살이구 우리 며느리는 100살이 넘었어.그리고 우리 아들은 7살이야" @$%@$%(*^^*)
원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동장씨의 명물 장차*할머니.
"원장님은 어디가셨어?" 하루에 5번 이상은 물어보는 말입니다.
원장님이 안계시면 안절부절 못하고 늘 원장님의 행방에 관심을 갖습니다. 실습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이라도 하는 날에는 불안해하면서 젊은 애들하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우리 직원들에게 이릅니다.^^ 아무리 이해를 시켜줘도 할머니는 질투(?)가 나는듯 합니다.혹시 원장님을 짝.사.랑.하.는.건. 아.닐.까.^^
비는 오고 할머니들과 생활하는 순간순간 웃기고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치매나 신경쇄약으로 인해 어린아이보다 더 순수해지고 생각지도 못하는 이야기로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볼때면 어떨때는 측은지심의 마음이 생기다가도 어이없어서 웃고 웃으워서 웃고 슬퍼서 웃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흠칫 놀랄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