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단풍도 꽤나 운치있더군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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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 00:00
성로원의 가을은 담쟁이의 울긋 불긋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발갛게 물들어 가는 담쟁이 넝쿨과 함께 노란 은행잎과 색색가지로 바래있는 가을의 낙엽은 우리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낙엽을 줍기도 하고 밟아보기도 하며 가을은 한껏 누리고 싶어도 우리의 부지런쟁이 이상우 할아버지가 하도 포대에 쓸어 담는 까닭에 가을을 느끼기도 어려웠습니다. (너무 부지런한 것도 괴로워요!)
벌써 한달전부터 할머니들은 가을여행안가냐고, 해마다 떠나는 단풍구경안가냐고 볼때마다 보채십니다. 이제는 안가면 병이 날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해마다 떠났던 가을 단풍구경은 할머니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야지요. 대답을 하면서도 하도 행사가 많았던 까닭에 조금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d-day로 삼고 드디어 어제 가을 단풍놀이를 갔답니다.
그러나 이걸어째!
비! 비가 마구 함부로 와 버립니다.
할머니들과 직원들은 빨간 츄리닝을 단체로 맞춰입고 때빼고 광내며 이날을 학수고대하였건만 어째 이런 일이!!! 비! 비가 오는 겁니다.
우리 직원들은 어째야쓸까나 고민과 괴민을 하다가 그래 결심했어! "출발하는 거야!!"하면서 관광버스2대를 타고 출발을 하여부렀습니다.
비는 오고 날씨는 어두침침했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햇빛이 쨍쨍나며 기분은 아주 짱입니다. 단풍이 안보이면 어떱니까? 그냥 차만 타고 나가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직원들은 기분이 붕 떠서 좋아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성로원의 잔치에 비가 오다가도 싹 맑아지는 경험을 많이 해왔던 터가 모두들 조금 있으면 날씨가 개일거라고 꿋꿋한 믿음들을 가지고 희망적으로 말씀하시던 대로 정말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져서 비오는 날의 단풍, 흐린 날의 단풍, 햇빛 찬란했던 날의 단풍을 하루에 다 봤다는 거 아닙니까? *^^*
예전같으면 대형 관광버스 한대면 될 정도로 여행을 가자면 건강상의 이유로 겁부터 내며 안가시겠다고 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제는 자신감도 많아져서 어디만 가시자고 하면 너도 나도 꼭 데리고 가달라고 이번에는 안빠지고 가겠다면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오죽 하면 이번에는 신청자가 많아서 대형버스 2대가 움직여야 될 정도로 할머니들의 참여도가 높아졌었다니까요.
80여명의 어르신과 함께 경남 양산 가지산의 비맞은 단풍의 꽤나 운치있는 모습을 구경하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먹고 언양의 자수정 동굴에서 음악에 맞춰서 추는 일천만의 관광춤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이어서 필리핀 청년들의 아크로바트쇼를 구경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천진스럽고 무척 행복해 보이십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저녁까지 외식으로 특식을 잡숫고 돌아오시는 길에 어떤 할머니는 내년에도 내가 또 올 수 있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할머니들도 계십니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건강을 잃어가는 할머니들은 어쩜 이것이 마지막 추억여행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만 사세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성로원에서 사시는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 되도록 저희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