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내고향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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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본 내고향 방문기

성산홍보실 0 5266
꿈에 본 내고향 찾아가기 2001년 5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생활어르신 고향방문사업을 재개하였습니다. 지난 3월 15일(화)에 진행되었던 꿈에 본 내고향찾아가기 사업을 소개할까합니다.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십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고향은 항상 어르신들의 마음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고향을 찾기전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감상에 젖기 마련입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향의 친지,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고향을 방문했다가 지난 시절 좋은 추억이 퇴색하지는 않을지, 과거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씹는 시간이 되지는 않을지. 이런 저런 걱정과 기대 속에 15인승 봉고차량에 영천지역에 고향을 둔 4명의 어르신이 휠체어와 함께 몸을 실었습니다. 최**할머니의 고향: 영천시 금호읍 삼호리를 가다. 10시 30분쯤 처음 도착한 고향은 최**할머니의 시댁인 영천시 금호읍 삼호리라는 마을입니다. 30년만에 찾아오는 마을은 지명도 풍경도 달랐습니다. 마을 앞에 있었다는 면사무소는 온데 간데 없고 마을 어귀 초등학교가 그 당시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눈치였습니다. 동네 분들에게 할머니의 기억과 조카 이름을 들먹이며 헤메고 다닌지 30분만에 할머니의 조카를 아시는 동네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조카가 수년전에 죽었다는 소식에 할머니는 이내 눈물을 글썽입니다. 나머지 친척들도 신병치료를 위해 대구에 계시고 몇분은 마을을 떠난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사시는 던 집은 허물어져 밭으로 변하였습니다. 30평 남짓 될듯한 밭터를 보며 할머니의 가난했던 시절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최할머니를 기억하고 계시는 동네 할머니 댁에서 다과를 대접받으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할머니가 그 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할머니는 19살에 시집와 1남 3녀를 낳고 남편이 사망하였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었으나 할머니는 자식들 키우는 보람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20살 된 외동아들이 병에 걸렸으나 가난하여 제대로 된 치료도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죽게되었습니다. 그 후 할머니는 고향을 떠나게 되었고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할머니께서 며칠 전에는 고향에 가시겠다고 하셨다가 고향 방문 하루 전날 감기를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최할머니는 고향과 자식을 가슴에 다시 한번 묻고 고향을 떠납니다. 박**할머니의 고향 영천시내를 돌다. 박**할머니는 고향에 일가친척이 아무도 없으니 사람 만날 일은 없다며 영천시내와 자신이 다녔던 영천초등학교를 구경하자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고향의 지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다리며 건물이 보일 때마다 추억거리를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60년전에 헤어진 친구집을 찾아 영천 고향방문길을 따라나섰던 송**할머니는 당시의 친구가 살던 기와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시고 감회에 젖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혹 친구의 행방이라도 알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어 진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김**할아버지의 고향 영천시 고경면 전사리를 가다. 뇌졸중으로 말씀을 못하시는 김할아버지는 매우 감상적인 분입니다. 다른 분들의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마치 자신의 고향에 오신 듯 우시던 할아버지는 고향 마을이 점점 다가오자 연신 눈물을 글썽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에는 조카내외가 살고 있었으며 친척뻘인 친구분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친구분의 첫인사는 “요새도 술먹나?”였습니다. 애주가였었던 김할아버지는 결국 술 때문에 뇌졸중을 앓게 되셨고 병에 걸린 후에도 술을 끊지 못하시다가 중풍이 재발하여 거동이 불편하고 말씀을 못하시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접하게 된 가슴아픈 소식은 하나뿐인 누님이 3년전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은 감정이 풍부한 할아버지가 충격을 받을까봐 그 간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시고 연신 눈물만 흘리십니다. 고향방문을 통해 얻게 되는 부수적인 수확(?)은 어르신들의 감추고 싶은 비밀과 가족사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부인과 헤어져 외아들을 키우며 살았으나 아들이 성장하면서 어긋난 길로 가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붙잡은 손을 놓으면 다시는 못올 사람처럼 김할아버지는 친구분의 손을 꼭 잡고 못내 아쉽고 서글픈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르신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입니다. 아마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듯합니다. 인생은 무상하다고 합니다. 50-60년전의 과거는 현재의 삶을 지배하며, 즐겁고 슬펐던 사연들은 단순한 추억거리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동력입니다. 어르신들이 고향을 방문하게 되어 가졌던 감회만큼 가슴이 아리고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다음 고향방문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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