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들 있는겨? 나는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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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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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있는겨? 나는 잘 있어.

성산홍보실 0 5030
내이름은 박** 할머니여. 몇일전 내나이 82세에 하늘나라에 왔지. 그때 장례식을 치러줘서 고마워. 내 피붙이도 친정붙이도 아무도 없이 오직 성로원의 식구들이 슬퍼해주고 애도하면서 예배드려줘서 너무 좋았어. 이곳에 오니 얼마나 좋은지...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괴로운 것이 통 없어졌어. 참으로 히안하네. 예수 믿으면 천당간다고 하도 귀찮게 와서 믿어보라고 해서 믿어봤더니 정말 천국에 와 있네. 내가 이래저래 살다 살다 지쳐서 성로원으로 간 날이 그러니까 벌써 12년이 됐구만 그래. 남편과 자식없이 살아가자니 맘 부칠데도 없구 참으로 서럽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어찌 그런 곳이 있어서 나같은 사람들만 떼로 몰려서 살고 있더구만. 너도 슬프고 나도 슬프고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니 서로 흉볼처지도 아니고 니맘 내가 알고 내맘 니가 아는 그런 존 시절이었지. 참으로 존 시절이었어. 나는 그곳에서 꽃할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윤영감하고 각별히 친하게 지낸다고 원장님이 합방을 해줘서 뒤늦게 늙은 신랑신부 신방도 차려보면서 제일 재미나게 살아보기도 했어.다른 할마시들이 질투를 해서 쬐금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맘맞는 사람하고 다 늙은 나이에 같이 산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여. 안하던 화장도 하게 되고 영감이 아프면 옆에서 간호도 밤새도록 하면서 힘든지도 모르게 살았었지. 영감은 나랑 알콩 달콩 살다가 성로원 마당에 온갖 꽃을 다 심어놓고 일찍 하늘나라로 갔어. 얼마나 외롭던지. 일찍 갈꺼 같으면 정이나 주지 말지. 정까지 주고가는 바람에 내 마음 가라앉히느라고 한참을 애먹었어. 그렇게 내 마음을 잡아갈 무렵부터 나도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거야. 금새 들었던 것도 잊어버리고 아까 밥먹고도 금새 안먹었다고 직원들 쫓아다니면서 밥 내놓라고 소리 소리를 지르고. 숫가락은 뭐든지 다 내꺼 같아서 장롱에다 20개도 넘게 갖다가 감춰놓은 적도 있었지. 아마 우리 직원들 나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꺼야. 그것이 내 맘대로 안돼. 정신을 놓치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절대로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참으로 이상한 병인겨. 내 생각하고는 상관없이 병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제는 대소변도 내 마음대로 조절이 안되기 시작을 했지. 그때부터는 사람들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원장님하고 직원들의 얼굴도 잘 못 알아보겠더라구. 너무 오랜 세월을 그러다 보니 이제는 기력도 떨어지고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도 오래 했었지. 병원에서는 코로 줄을 연결해서 음식물을 투여하고 24시간 간병이 필요했던 환자였으니 굉장히 심한 경우였나봐. 그래도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새 단장을 한 성로원에 와서 생활하다가 간 것이 너무 좋았어. 그때 나때문에 수고한 착한 직원들 너무 고마워. 내가 그 은혜 잊지 않을께. 예수님과 함께 이곳에서 직원들과 내 늙은 친구들을 위해서 매일 기도할께. 나는 잘있으니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고 성로원 식구들에게 안부전해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요한복음 11장 25-26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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