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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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성산홍보실 0 6230
골목 구석구석 담장너머에는 오월 줄장미가 한창이고 길거리엔 이팝나무 가 눈부시게 흔들리고 있다. 확실히 화사한 오월이다. 그러나 몇 주 전에는 이 봄을 뒤로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을 상록실(중증환자실)에 누워 계시던 할머니 두 분이 며칠 간격으로 돌아가셨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혼자 가시기에는 너무 멀어서 일까. 아니면 쓸쓸해서 일까. 정말 희안하게도 이곳 요양원에선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며칠 간격으로 상(喪)이 줄줄이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중증환자실에서 보냈지만 누구보다 세상과 평화로운 작별을 하고 가셨을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는 데에는 할머니 가시는 마지막 길까지 동행한 <꽃보다 아름다운 한사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꽃보다 아름다운 한사람>을 우리는 짱마미 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짱마미는 이곳 요양원에 입사를 한지 17년 째 되는 최고 선배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직장에서 흔히 겪는 매너리즘이나 후배들에 대한 권위의식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힘든 중증환자실을 수 년째 지키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할 수 있는가 옆 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늘 부끄러울 뿐이다. 욕창으로 썩어 들어가는 살집을 처치하고, 장시간 누워 있어야 하므로 장운동 이 되지 않아 변비가 극심해지는 경우엔 관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비닐장갑 낀 손으로 손수 해결(?)하고, 의식조차 가물가물한 환자에게도 식사 전 기도를 빠뜨리지 않고 해드리고, 미음만 간신히 드실 것 같은 환자에게도 어떻게든 간 식을 잘게 잘게 부수어 먹여 드리고, 욕창이 생길까봐 수시로 자세를 바꾸어 드림은 물론 쿠션이나 베개를 이용해 관절 사이 사이에 집어넣고,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어르신 침상 곁에 같이 앉아 구축된 다리를 운동 시키면서 성경을 읽어 드리고 찬송가를 불러 드린다. 그리고 가끔씩은 얼굴을 갖다 대고 볼을 부비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입맞춤도 서슴없이 한다. 정말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이. 물론 중증환자실을 짱마미 혼자서 전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를 전(全)인격체 로 대하기 보다는 순간순간 자칫 하나의 <일>로써 여기게 되는 우리들의 얄팍한 마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너희들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권의의식을 내보이는 법이 없다. 행동으로 말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를 따르게 할 뿐이다. 치매에 걸려 누구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환자조차도 짱마미의 그런 진심어린 사랑은 손길로, 숨결로 느끼는지 짱마미가 중증환자실을 비우는 시간을 달가와 하지 않는다. 아이처럼 맑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하며 우신다. <할머니, 엄마 휴가 가서 오늘 못와요. 엄마가 얼마만큼 보고 싶은데요?>하고 귀에다 입을 갖다 대고 여쭈어 보면 대답하신다. <엄마? 우리 엄마 완전~보구 찌퍼!(보고 싶어)> 짱마미가 곁을 잠시라도 떠나면 <완전~>보고 싶어 하던 L할머니, 조금씩 건강 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오히려 부담스럽게 여기던 공무원을 아들로 두었 던 K할머니는 어쩌면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임종을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자식이 천국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편하게 가시도록 손을 붙들고 그토록 간절히 기도해줄 수가 있었을까? 예수님께서는 가장 초라하고 불쌍한 이들에게 베푸는 일이 바로 자신에게 베푸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에게 버림받고 병들고 여윈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베 베푸는 짱마미는 진정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과연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완전~보고 싶은 L할머니! 잘 계시죠? 요새는 엄마가 완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주님께 우리 고마운 짱마미에게 복을 많이 많이 주십사 간청 좀 해주세요. 할머니께 선 ‘조르기’가 특기잖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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