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고집 고집 똥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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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고집 고집 똥고집

성산홍보실 0 5920
오늘은 초복입니다. 원래 스케줄상으로는 우리 어르신들이 경주 감포 바닷가에서 바닷내음을 맡으며 추억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닐리리야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추억의 잔을 걸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음료수라도 마시며 대구 시내 시설생활자 어르신들과 합동으로 즐거운 한 날을 보내셔야 됐지만 태풍이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로 날짜를 변경하는 바람에 어르신들은 힘이 빠지고 김이 새는 첫더위가 있던 날 초복입니다. 우리 시설에서는 고집 고집 똥고집으로 유명한 남모모할머니가 아침부터 고집을 부리기 시작합니다.이야기인즉슨 중풍으로 몸을 잘 못가누시는 할머니는 정말 간신히 한쪽 발을 벌벌 떨며 힘을 줘서 간신히 서 있는것도 불안한 할머니여서 혼자서는 옷갈아 입기도 힘이 듭니다.그래서 담당 직원들이 옷을 갈아 입히려고 아무리 싱갱이를 해도 할 수가 없어서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할머니가 무슨 힘이 생겼는지 2층에서 1층 사무실 있는데 까지 원장님한테 일러 바치러 정말 거의 기다시피해서 내려오셨나봐요. 그랬다가 다시 담당 직원들이 할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올라가 옷을 갈아 입히려고 하니 할머니는 정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누가 들으면 난리가 난 것처럼 온통 원을 뒤흔듭니다.무슨일인가 나가보니 할머니는 옷을 어제 갈아입었는데 또 갈아 입힌다고 "아유 내가 못살겠어요" "내 옷을 다가져가서 안갖다줘요" "자꾸만 옷을 갈아 입으라고 하는데 어제 입어서 괜찮아요"하시는데 정말 땀 냄새에다가 할머니가 실수한 냄새까지 짬뽕이 되어 심하더라구요. 이럴때는 또 할머니 비위를 슬슬 맞춰야 됩니다."자~할머니 우리 오늘 한번만 옷을 더 갈아입어요오~" "내가 이옷 빨아서 꼭 사무실에 가지고 오라고 해서 직접 갖다드릴께요~자 손가락 걸고 약.속" "우리 할머니 착하지.오늘만 옷 갈아입어주면 할머니 부탁 다 들어드릴께요"이래가면서 갖은 아양과 너스레를 다 떠는 겁니다.그러면 고집을 피우던 할머니는 못이기는체 하면서 인심써 가면서 옷을 갈아 입히라고 순순히 협조를 하는거지요. 솔직히 우리도 치사해 죽겠어요.그 말 있지요.아.더.매.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함)의 극치를 느낍니다.정말 자기 옷 갈아 입히는데도 이렇게 갖은 아양을 떨어야 되고 유치5단은 되도록 재롱을 떨어가면서 비위를 맞춰 드려야 되니 우리직원들이 죽을 노릇이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래 그래도 저렇게 성질이 팔팔하게 살아 있는게 낫지.치매가 걸리던가 이런 상황에서 기까지 죽어버리면 그 또한 처량해서 어떻게 볼까? 도리어 너무 미안해 하는 어르신들보다 한편으로는 무대뽀로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것이 나을 수도 있어 하며 우리들 자신을 추스린답니다. 날씨는 덥고 직원들이 중환자들 한분한분 돌볼 때 땀을 비오듯하게 흘리면서 헌신적으로 돌봐드려도 좋은 소리 못듣고 애매하고 엄한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노인들과의 생활. 그래도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고 더 이해를 해야지 더 긍휼이 여겨야지 더 사랑해야지 하며 오늘도 굳은 각오들을 다지지만 솔직히 힘들기는 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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