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가을
고향의 가을 (고향땅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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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한 여름의 뙤약볕도 더위에 지쳤는지 한 발 물러나고 푸른 그림자 드리운 가로수 햇살 사이로 투영되는 가을 하늘은 높아만 가고 가을의 풍성한 향기는 깊어만 갑니다. 자연을 벗삼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날에 어르신들은 꿈에서만 그리던 고향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출발하는 당일 어르신들은 제일 예쁜 옷으로 단장을 하며 나들이 준비에 분주합니다.고향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지난밤은 잠 못 이루셨는지 안색이 곱지가 않습니다.오랜만에 가보는 고향이라 그리움과 기대감으로 들뜬 기분에 상기된 표정들입니다.
경주시 “안강” (주민의 평안함을 염원하는 뜻에서 지명을 얻은 유서 깊은 지역)으로 달렸습니다. 고향 가는 길은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가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먹지 않아도 포만감으로 추억만 떠올려도 콧노래가 흥얼거려지고 즐겁습니다.고향이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추억으로 가슴이 울컥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게도 합니다.
이동하는 차내에서 어르신들은 시선이 차창 밖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는 듯 조용히 침묵이 흐릅니다. 아스팔트 사이로 지나치는 곳곳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의 풍요로움을 만끽합니다. 가녀린 소녀같은 코스모스의 한들거림과 이름모를 들꽃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며 어르신들 고향나들이를 반겨줍니다.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무료할까봐 간간히 유익하고 재미있는 유머로 재롱을 떠니 하하 호호 박장대소하며 스트레스를 날립니다. 정보의 바다로 지칭하는 스마트 폰의 카-톡 개그가 대세입니다.
경유지에서 빠질 수 없는 간식 타임은 적정한 때 허기를 해소해 주는데 최고입니다. 삶은 계란. 감자. 고구마 .오징어 핫바. 옥수수. 후랑크 소시지. 호두과자 간식 메뉴가 다양합니다. 점심을 위해서 배를 남겨두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들어갑니다.야외에서 먹을 때에는 체중은 비밀(?) 콜레스테롤 걱정은 내일로 접어둡니다. ㅋㅋㅋ 호두과자는 부드러운 빵에 고소한 호두가 들어 있어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화사하게 순백의 미가 돋보이는 목화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르신들에게 낯설지 않는 꽃으로 과거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목화꽃을 따서 배를 채웠다며 너털 웃음을 웃으십니다. “목화꽃”의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랍니다. 기억해 주세요. 한켠에는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런 수세미를 아치로 만들어져 보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둡니다. 목화꽃과 수세미 넝쿨을 배경으로 어르신들 기념사진을 남기며 드라이브는 계속 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정겨운 시골풍경과 푸른 창공에 솜털같은 구름이 휘감기니 한 폭의 수채화로 나타냅니다. 폭염, 폭우, 태풍으로 그 어느 해 보다도 치열하게 이 땅을 뜨겁게 달구었던 올 여름도 가을의 문전에서는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목적지인 안강에 도착하니 변화된 마을이 왠지 낯선지 어르신들 표정에 동요의 기색이 보이지 않고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한 눈에 띄는 안강 OO교회를 말씀드리니 어르신 눈빛이 달라지며 과거에 다녔던 곳이라 하여 방문을 하였습니다. 마침 목사님이 계셔 담소를 나누며 기념사진 촬영도 하고 지인의 근황도 여쭙고 기억나는 곳,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어르신이 거주하시던 집은 많이 달라진 거리모습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다. 눈에 익은 마을 골목길을 순회만하고 아쉽지만 다시 한번 고향 마을에 눈도장을 찍으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인생사 중에 제일 즐거운 낙(樂)중 하나로 먹는 즐거움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기 위해 포항으로 떠났습니다. 포항의 명소인 죽도시장에 내리니 비릿한 바다향이 물씬 코를 자극하며 수족관의 여러 생선들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우럭, 광어,도다리, 게르치 등 싱싱하고 쫄깃쫄깃한 횟감으로 먹는 점심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수라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어르신들 회를 무지 좋아하시나 봅니다. 회를 드시느라고 말씀 한 마디 없습니다. 식사는 즐겁게 담소도 나누면서 드셔야 소화도 잘되는데 걱정이네요. ^^* 하하 ~
매운탕으로 공기 밥도 거뜬하게 해결하고 나니 “아이고 오늘 싱싱한 회 잘 묵었다”고 하십니다. 하하하~
회는 고단백 식품으로 건강에 좋으니 오늘 원기회복은 거뜬히 해 드린 거 같습니다.
함포고복(含哺鼓腹)에 이어 해안 드라이브 코스에 올랐습니다. 저만치 바다위에 솟은 검은 바위에는 하얀 갈매기떼들이 쉬어가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이며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바닷가에 하차하여 자갈과 모래를 밟으며 바닷물에 손발을 담가보기도 하며 동심을 느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돌멩이의 모양새들이 풍화작용(風化作用)에 의해 지금의 서로 다른 모양의 자갈돌로 변화된 과정이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은 우리네 인생사처럼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어르신들은 우리들만 나들이 온 게 미안하다며 같은 방 사용하시는 어르신께 드린다며 호두과자를 사서 챙기시는 마음들이 훈훈하고 정이 넘쳐 바라보는 저희들도 흐뭇했습니다.
대구에 다다르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돼지갈비로 푸짐하게 한 상 받고나니 오늘은 어느 정승도 부럽지 않은 모습입니다. 출발할 때와 돌아왔을 때의 얼굴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피부가 탄력있어 보입니다.
어르신들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향 방문과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어르신들께 여유로움과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풍요로운 가을의 길목에서 자연이 영글듯이 소망하는 결실의 꿈도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대구샘노인요양센터 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