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야기(세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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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야기(세엣)

성산홍보실 0 5352

세엣/

문할머니는 오늘도 분해서 죽겠습니다.

당신이 여기 입소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저 장선생이 자기 옷을 다 훔쳐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고이 아꼈던 옷을 감히 다 훔쳐 가다니...

우리 딸도 안주고 아꼈던 내 옷들을 다 훔쳐 가지고 가다니....

내가 이 원한을 풀지 않고서는 죽을 수가 없다고 하실 정도로 장선생하고 철천지 원수가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파출소에라도 걸어가서 저 장선생을 고소를 할 참입니다.

감히 내 옷을...

감히 내가 버리지 않고 입던 내 옷을.... 함부로 가지고 가다니...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성경에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오~~우리 할머니는 장선생 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장선생이 너무 밉습니다. 미워도 너~~무 밉습니다.

다만 복수에 찬 일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십니다.

즐거움도 없습니다. 기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저 장선생 때문에 당신은 불행합니다.

 
장선생은 오늘도 속이 상해 죽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입소하실 때 피복부터 일상생활용품을 일괄 다 제공하니 절대로 아무것도 가지고 오시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집에 있는 빨지도 않고 장롱에 있던 옷들과 이불등을 다 들고 오셔서는 아무것도 못 건드리게 합니다.

여기는 개인 가정이 아닌 단체로 생활하시는 곳이기에 저 옷과 물건들을 다 인정하기 시작을 하면 아마 이런 시설은 바퀴벌레 투성이에다 쓰레기 처리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같이 온 자녀나 지인들에게 가지고 가달라고 해도  가지고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지고 가봤자 입을 사람도, 입을 만한 것도 없는 노인들의 옷이라 짐만 될 뿐 처리하기만 곤란한지라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정리 차원에서 깨끗한 것만 남기고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할머니는 자기 옷을 가지고 간 사실만 따지면서 용서를 못하십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처벅처벅 힘든 걸음을 옮겨 파출소에 드디어 갔습니다.

내 옷을 가지고 간 직원을 고소합니다

내가 고이 아끼는 옷을 다 가지고 갔으니 나는 용서가 안 됩니다.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가 고소를 하시니까 장선생이 와야 한다고 합니다.

장선생은 한숨을 쉬면서 갔습니다.

할머니가 노여운 얼굴로 쳐다봅니다.

일단 할머니의 귀한 따님에게도 연락을 했습니다.

따님도 한숨을 쉬면서 왔습니다.

이런 모든 사정을 아는 따님도 기가 차다는 표정입니다.

“우리 엄마의 고집과 성질은 아무도 못 꺽어요 혈육이라고는 단지 나 하나뿐인데도 내가 왜 엄마와 못살고 이렇게 양로원에 모셨겠어요?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답니다“

“엄마 나도 정말 엄마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따님은 장선생과 시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를 해줬습니다.

그리하여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시키면서 화해아닌 화해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모든걸 이해하고 오해가 풀렸을까요?

  아니지요

  지금도 할머니는 장선생이 지나가면 눈을 딴데로 홱 돌리면서 입으로는 도둑년이라는 말을 어김없이 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이 원한을 풀 수가 없다고 아직도 이야기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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