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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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풍경

성산홍보실 0 1281
 

어버이날 풍경

 

벚꽃과 목련이, 라일락이 차례로 지고 나니 이팝나무의 희디흰 꽃숭어리가 봄을 지킵니다. 가혹한 시간의 틈을 비집고 봄꽃들은 어느 해보다도 화려하게 피고 지며 감사의 달, 오월을 우리 곁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노인 요양시설은 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어르신들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최전선이었습니다. 왕관 모양의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의외로 화려한 외형과 빛깔을 지니고 있더군요. 독성이 강할수록 아름다운 독버섯 같아요.

바이러스가 제 아무리 전염력이 강해도 성산복지재단의 물샐 틈 없는 방역에 압도당했을 거예요. 안이함에 무너지지 않은 감염예방 노력이 바리게이트가 되어 현재를 안전하게 지켜 줍니다. 급박한 저간의 사정을 어르신들 모두가 인지하지 못하시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답답한 마음이야 헤아리기 어렵지 않지요.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은 여느 해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한동안 만날 수 없었기에 어르신들과 가족들은 서로 그리움이 쌓였을 겁니다. 자녀들을 대면하는 것만큼은 아니었을 터이나 어떤 때보다도 성심을 다해 감사와 위로를 드리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어버이날 하루 전부터 분위기는 띄워졌어요. 어르신들 생활공간에 날아오르는 듯, 떠 있는 듯 보이는 커다란 풍선이 한 몫 합니다. 직원들이 바쁜 업무로 인해 늦은 밤에 작업한 결과물이지요, 갖가지 색으로 부풀어진 많은 풍선이 실내 분위기를 밝혀줍니다. 어떤 어르신은 빨간 풍선을 하나 떼더니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당신의 워커에 달아 놓으신 거예요. 동심으로 돌아가신 듯 걸음걸이도 가벼워 보였답니다.

어버이날 아침입니다. 감사함을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게 전할까 고민하는 직원들의 마음 같은 봄빛이 화창하네요.

여느 날보다 재바르게 일찍 일을 시작한 직원들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준비를 합니다. 각 파트별로 거실에 테이블이 놓이고 품위 있게 보를 덮은 후 케이크를 세팅합니다. 장식용 꽃으로 화사함을 더했지요. 고급 생크림 케이크에 초를 꽂습니다. 어버이날의 상징인 꽃, 카네이션도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어르신들은 휠체어와 워커를 지원하여 테이블 주변에 모십니다. 평소에 거실로 나가 바람을 쐬자고 권유하면 귀찮아하시던 분도 저항 없이 테이블 주변으로 모이십니다.

남자 직원들의 슈트를 입은 모습과 여직원들의 한복 입은 맵시는 감사하고 기쁜 날일수록 잘 차려입어야 한다는 정석을 보여줍니다. 격식 있는 차림이 말과 행동보다도 행사의 품격을 높여 주지요. 여느 때와 다른 어르신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진지한 표정을 보니 알 수 있지요. 이 날의 행사를 얼마나 의미 있게 받아들이시는지.

열시 반쯤 드디어 감사와 위로를 담은 카네이션을 어르신들 가슴에 달아드립니다. 4층을 시작으로 원장님이하 국장님, 과장님들과 함께한 어버이 은혜가 성산복지재단에 울려 퍼집니다. 성산의 모든 어르신들에게 바치는 노래인데 부르는 우리가 가슴이 먹먹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가슴 뭉클한 시간입니다.

직원의 감사 노래에 자녀들이 더욱 그리운 분도 계시겠지요. 어르신들은 우리 모두의 어버이이시니 외롭고 소외된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 받기를 바랄뿐입니다. 모든 순간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네요.

이어 케이크 촛불 끄기를 한 후 가슴에 꽃을 단 어르신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감사하다고, 건강하시라고 덕담을 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면회가 제한되어 보호자와 어르신들은 서로 많이 보고 싶었을 거예요. 한복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기념촬영을 합니다. 자녀들에게 전송할 사진이지요. 효를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떨치고 따듯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사진 찍기도 잘하시더군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기도 하며 직원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 줍니다. 아쉬운 점은 감염예방을 위한 마스크를 착용하여 어르신의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소가 마스크를 넘어 자녀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점심시간이네요. 식당 직원들은 자녀가 대접하는 것 못지않은 특별한 점심을 준비합니다. 찰밥에 LA갈비와 새우, 복어 튀김이 주 메뉴입니다. 간식으로 증편과 수박도 곁들이니 부족함이 없는 상차림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두툼한 갈비가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어느 때보다도 잔반이 덜 나옵니다.

오후가 되니 부모님과 통화하려는 자녀들의 전화가 쇄도합니다. 개인 휴대전화와 사무실 전화가 쉴 새 없네요. 영상통화를 원하시는 자녀에게 국장님이 손수 전화연결을 해 주니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듯 영상화면에 애틋함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도 백미는 베란다 면회가 아닐까요? 대면 면회가 어려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베란다 면회이지요. 임시로 외부인에게 정원까지만 들어오는 것을 용인한 것입니다,

사층에서 생활하시는 어떤 어르신 딸은 소나무를 뒤로 하고 서서 위를 쳐다보며 엄마! 엄마!” 하고 애타게 부르더군요. 어르신은 누군지 모르는 듯 덤덤하게 내려다보시기만 하니 딸의 부르짖음이 안타까울 수밖에요.

이층에서는 손녀와 할머니간의 베란다 상봉에 눈물바다가 되었답니다. 평소 할머니에게 극진했던 손녀가 오랜만에 할머니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 거예요. 자나 깨나 손녀를 기다리시던 어르신도 울어버렸고 함께 했던 직원들 모두 눈물을 훔쳤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니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자녀의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대화할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어버이날이 뜨겁게, 감사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만족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도 정성을 기울이면 진심이 상대방의 가슴에 닿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내년 어버이날에도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더 튼튼한 감사의 싹을 심을 것을 약속합니다.

성산복지재단 직원들은 헌신의 세월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에게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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