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여? 장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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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여? 장끼여?

성산홍보실 0 5606
어제는 "제2회 시설장배 민속장기대회"가 성로원 휴게실에서 열렸습니다. 처음 실행때부터 장군, 멍군하는 장기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장기자랑을 의미하는 건지 몹시도 헷갈리게 했던 그 장기대회. 그래서 우리는 꼭 민속이라는 말을 붙여 장군, 멍군하는 장기임을 주장했지요. 올해로 벌써 2회째! 설마 애걔, 겨우 2회째?라고 말씀하실 분 계신가요? 10월 "지역어르신 초청 민속장기대회"를 앞두고 우리 시설 어르신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출전자들을 선정하기 위해 실행되었던 시설장배 민속장기대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전자들은 극도의 수면부족과 영양실조(?)에 허덕여야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우리 할아버지들, 서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며 오늘은 "이영감네", "어제는 박영감네","내일은 김영감네"등 이방 저방에 소리없이 모여 장기뒀습니다. 밤도 부족하여 벌건 대낮에도 모여 장기뒀습니다. 어떤 이는 방에서, 어떤 이는 마당에 있는 평상에서. 직원들 소리질렀습니다. "할아버지, 점심식사 시간이예요. 장기 이따 두시고 빨리 오세요." 5분후 또 질렀습니다. "할아버지이이잉, 국 식어요." 우리 할아버지들 장기판에 눈을 붙인채 "오냐, 잠깐만, 알았다. 잠깐만"하시기를 수차례! 결국은 "너 밥? 나 장기야!"하며 식사도 포기한채 장기와 혈전을 벌이시더군요. 어떤 할아버지는 아예 중매쟁이로 나섰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장기를 두고 싶어도 누구와 둬야할지 몰라 헤매이는 신참(?)할아버지에게 장기파트너를 소개해주는 신종 중매로 짭짤한 소득은 없어도 아침마다 따끈한 자판기 커피를 제공받았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렇게도 우리 어르신들의 바이오리듬을 여지없이 흔들어놓던 장기대회의 막이 드디어 올랐습니다. 작년도 우승자들(1위-4위)은 먼저 각 조마다 시드배정을 했고 대진추첨을 했지요. 긴장감 속에 막이 오른 16강전! 이 16강전에는 할아버지 13분과 박충서 총무님, 주성배 공익요원, 이영수 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석을 했지요. 왜냐구요? 기냥 자리가 남아서요. 본인들 말로는 이 대회 참석을 위해 호적을 고쳐 65세가 되어 돌아왔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죠, 뭐! 긴장감마저 느껴진 16강전에서 우리 젊은 할아버지들- 박영감, 주영감, 이영감-모조리 탈락하고 전년도 우승자 이순관 할아버지를 비롯한 8분이 당당히 8강전에 임했지요. 그런데 이변은 여기서 속출했습니다. 전년도 준우승자 오규하 할아버지가 왠일인지 장기알을 잘못 보고 탈락했고 곧이어 우승자였던 이순관 할아버지가 아쉽게도 탈락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거기다가 작년엔 예선에서 탈락했던 배종국 할아버지가 강세를 보였죠. 한치앞을 예측할 수 없던 4강전! 전년도 3,4위들은 다 탈락하고 의외의 다크호스, 이낙구 할아버지와 배종국 할아버지가 결승에 올랐습니다. 50여분 가까이 진행된 결승전, 구경 온 우리 할머니들도 숨죽여 경기에 주목했고 이미 탈락한 할아버지들은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훈수가 두고 싶어서 입술이 근질근질! 그 입술 우리가 단감과 초코파이로 깨끗이 막았습니다. 결국 배종국할아버지의 패배인정과 함께 우승자가 가려졌지요. 참 길고도 숨막히던 순간이었습니다. 1위부터 공동 3위까지 어마어마한 상금과 상장을 받았습니다. 과거 공직에 몸담고 계셨던 우리 이낙구 할아버지, 역시 아주 폼나게 상장을 받으시더군요. 그날밤! 우리 할아버지들은 승자들의 방에 모였고 승자들은 받은 상금을 어깨에 힘 빡 준채로 아주 멋지게 풀었습니다. 그 승리의 기쁨도 잠시! 오늘부터 우리 어르신들은 체력관리, 정신력관리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식사도 많이 드시고 산책도 새로 나가기 시작했지요. 왜냐구요? 오는 10월 17일에 있을 "제2회 지역어르신 초청 민속장기대회"때 빛나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지요. 문제 없습니다. 성로원 할아버지들 모두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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